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Articles 7,958
관련링크 : |
---|
||0||0 저에게는 두 아들과 딸 하나가 있습니다. 그중 큰 아들은 교회에서 유명한 건강한 아이입니다. 지금 여섯 살이고 낼 모레 일곱 살이 됩니다. 태어나서 여태 감기를 2-3번 밖에 안 걸렸었고 걸려도 하루 동안 관리해주면 금방 나았는데 이번 감기는 일주일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주일예배를 다녀와서 열이 더 많이 올랐습니다. 39.5도 까지 올라가면서 끙끙 앓는 아들 옆에서 물수건을 머리에 올려주고 기도해주고 오랜만에 아빠노릇을 했습니다. 아들은 만화영화의 짱구아빠도 물수건을 올려 주더라면서 물수건을 올려주는걸 좋아했습니다.
어릴 적 저는 유난히 잔병치레를 많이 하던 아들이었습니다. 제가 아플 때면 늘상 어머니는 머리맡에 세숫대야를 놓고 물수건을 적셔서 밤새 끙끙 앓던 아들 이마에 열을 식혀가면서 병간호를 하셨었습니다. 평소에는 무뚝뚝하고 거칠기 그지 없는 폭력 어머니셨는데 아플 때는 자상한 어머니로 돌변하셔서 저를 적응 못하게 하시곤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 어머니는 믿지 않는 남편과의 신앙적 불협화음-아버지가 최근에 교회나오십니다-과 가난하고 힘들게 맞벌이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종종 아들에게 풀다가 아들이 아프면 안스러운 마음이 생기지 않으셨나 추측만 해봅니다. 지금은 당뇨에 관절염에 많이 약해지신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짠해집니다.
제가 대학시절에 지독한 감기를 한번 앓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워낙 병약한 몸이어서 골골했었는데요. 대학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느라 같이 공동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잘 못챙겨먹고 스트레스도 많아서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신입생들 원서접수기간이어서 열심히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전도했는데요. 그러면서 찬바람을 많이 쐬고 피곤하면서 감기가 안 떨어지고 마음은 많이 약해져있었습니다. 하루는 감기가 심하게 도져서 다른 형제들은 전부 신입생 전도하러 가는데 저는 못가겠다고 말하고 혼자서 집에 누워있는데 무정하게 전부 싹 가버리던 그 형제들이 서운하고, 신세가 어째 그리 서럽던지....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많았지만 그 감기를 끝으로 그 선교단체와는 이별을 고했습니다. 신앙의 성장통을 제대로 겪었고, 그 이후로 이래저래 방황을 했지만 하나님은 늘 선하게 인도하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좀 우습기도 하지만 인간이 원래 좀 우습고 약한 것 아니겠습니까? ^^
지금 우리 아들도 동생도 둘씩이나 되고, 나이도 들면서 성장통을 겪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쩍 커버린 아들은 싫은데,.,, 그래도 세월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들아! 빨리 나아서 아빠랑 태권도하고 재미있게 놀자.
(다비아에는 눈팅만 하다 용기내서 글한번 올려봅니다. 근데 지금보니 괜히 아들 감기 한번 걸린거 가지고 웬 청승... 이런 맘이 좀 들기는 합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
아들의 감기 건으로
지난 일까지 잔잔하게,
그러나 읽는 사람의 마음을 짠하게 잘 쓰셨네요.
우리는 모두 그런 삶의 흔적들을 갖고 사는가 봅니다.
요즘 감기, 몸살, 독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네요.
아드님도 곧 일어날 겁니다.
주의 은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