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종말론 (백무산 시인의 시)

Views 1569 Votes 0 2009.02.15 22:27:28
관련링크 :  

-종말론-

     백무산

이삿집 박스를 풀고
꺼낸 책들 다시 꽂노라니
표지의 한 단어가 반복된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자연의 종말
과학의 종말
석유의 종말
자연의 종말

이 많은 종말을 지식의 내장에
병명처럼 달고 다니면서 통증을 가장하고 살았나
이 세대가 다 사라지기 전에 닥칠 재앙이라는데도
나는 이상하다, 아직 종말론자가 아닌 것도
거리에 나가 선지자처럼 외치지 않은 것도
밀실에서 들림의 날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저들이 양치기 소년이기 때문도 아니고
도무지 심판을 모르는 직무유기의 하느님 탓도 나니다
그렇다고 희망을 찾아나서지도 않는다
세상의 희망이란 대개 꺼져가는 것의 수명연장 호흡이기 때문이다.

 

저런 따윈 사실 종말이라고 할 수 없다
아니 종말이 다행이다
시작은 정복과 야만이었으니결말을 두려워할 것 없다
이미 궤도 위에서 시작했으니 그칠 것은 뻔한 이치
별짓을 다해놓고 이제 와서 협박을 늘어놓는다
저런 종말은 종말을 재생산하는 욕망이다.

오히려 부지기수의 종말이 필요하다
존재의 종말
인간의 종말
시간의 종말
혁명의 다른 이름이
또는 삶의 다른 이름이

틈틈히 백무산의 시집 "거대한 일상"을 읽고 있습니다.
표지 프로필을 보니
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고,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 밖의 길] 다수의 시집이 출판되었네요.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고요...

최원식문학평론가 [거대한 일상]에 대한 논평에 대해서....
백무산 시인의 새 시집을 통독하면서 나는 빠블로 네루다의 일갈(一喝)이 떠올랐다.
"리얼리스티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 또한 죽은 시인이다"
80년대, 그 불의 시대에 홀연히 전위적 노동자 시인으로 등장한 그는 90년대의 사막을 낙타처럼 고행하면서 침통한 내면성을 경작하였다.  때로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도정에서 겪게 마련인 어떤 이완이 찾아오는 듯도 했다.
이제 그는 그 이완마저 다스려 노동자와 시인, 시인과 구도자, 그리고 구도자와 중생의 경계를 여여(如如)히 타넘음으로써
리얼리스트-비리얼리스트 시의 경지를 활연(豁然)히 보여 준다. 아, 진실로 이 사람을 보라!

개인적으로 백무산의 시중에서 "장작불"이라는 시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것도 백창우가 작곡했는데, 노래도 한 번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profile
지리산 옹달샘  - 달팽이
Trackback :
http://dabia.net/xe/free/196300/ef4/trackback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3608 이삿짐 꾸리고 있습니다~ [3] 이길용 Feb 16, 2009 1303
3607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file [21] 시와그림 Feb 16, 2009 9394
3606 군에서 생필품을 직접 구입해야 한다네요. [1] 스티글리츠 Feb 16, 2009 1020
3605 도와주세요. 혹시 수의사 계세요? 강아지 잇몸이 부어요 [4] paul Feb 16, 2009 4194
3604 여당의 사형집행 요구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7] 첫날처럼 Feb 16, 2009 1127
3603 시인 한분을 소개합니다. [2] 콰미 Feb 15, 2009 1418
» 종말론 (백무산 시인의 시) 달팽이 Feb 15, 2009 1569
3601 반갑습니다. 인사드립니다. [10] 솔라피데 Feb 15, 2009 855
3600 마가를 통해서 본 예수와 한국교회 독후감 [2] 바우로 Feb 15, 2009 1316
3599 꼬질꼬질...아아!! 마이크 셤중~ 여기는 경주!!! [1] 별똥별(신용철) Feb 15, 2009 859
3598 시어머니는 악의 축일 수 밖에 없는가... [4] 첫날처럼 Feb 14, 2009 1161
3597 정용섭 목사님 설교모음 2탄 (MP3) - 수정본 시드니 Feb 14, 2009 1332
3596 한 고비가 지나고---- [7] breeze Feb 14, 2009 1400
3595 '40초의 고백' 독후감 [2] 하비 Feb 13, 2009 1274
3594 코알라 - 산불 - 소방관 (비디오) [3] 시드니 Feb 13, 2009 1201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