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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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몸이 형성되기 전부터 당한 시련

내 부모님께는 아들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가 독자나 다름없는데다(서자였고 할머니의 자손으로는 일남 사녀가 있었다.) 11년 동안 딸 하나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딸은 거의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오직 아들 아들 하던 시대였으니 더욱 더 간절했다.

그러던 중 임신이 되었을 때 엄마는 가장 먼저 성별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당연히 한약방과 점집을 가서 물어봤고

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과 함께 아이를 지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림살이가 너무 어려운데 딸을 나서 키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산시키는 한약을 조제해서 무려 한 달을 먹었다.

생기자마자 나를 죽이려는 약과 투쟁을 해야 했으니 이 얼마나 비참한 운명이라는 말인가.

입으로 먹이면 뱉어내기라도 하련만

탯줄을 타고 들어오는 약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행인 것은 입으로 먹지 않으니까 쓴 맛은 보지 않았다는 것.^^

오직 약에 저항하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지 살아야 했다. 기어코 살아나가서 고추가 달려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울고 싶어도 눈물을 흘릴 수가 없고(눈이 형성되지 않아서)

탯줄을 꽉 잡아 약이 못흘러들어오게 하고 싶어도 손이 없어서 못했고

나좀 살려달라고 엄마의 배를 차서 신호를 보내고 싶어도 발이 없어서 못했다.

그 누구도 나의 고통을 알수가 없었다.

온 힘을 다해 저항을 하였지만 점점 힘이 떨어져 이제 영락없이 이대로 사라져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있을 때 이상하게도 약이 흘러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사실을 아시고 엄청 화가 나셔서 엄마를 질책하고

한약방에 가서 “ 만약 이 아이가 죽으면 당신도 죽을테니까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해독을 시켜” 라고 난리(?)를 치셨던 것이다.

뭐 독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그냥 애만 떨어지게 만든 약인데 무엇으로 해독을 시킨다는 말인가.

초음파라도 있었으면 애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라도 알고 대처를 할텐데

이미 죽었을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한 상황이었다.

난 질긴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이 때 알았다.^^

당연히 생명이 끊어 질만큼의 약을 복용했음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어

아무런 기형적인 모습도 가지지 않고 너무나 복스럽고 예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엄마의 표현대로라면 백옥같이 토실토실하고 태어날 때부터 오뚝 선 코를 가진 잘생긴 아들... (에구 쑥쓰러워라)

태어날 때 그토록 서럽게 울었던 이유 중의 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온갖 역경과 죽을 고비를 넘겨 세상으로 나왔으니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웠을 것인가.

그 어느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감격이었다.

엄마의 뱃속에서 그 독한 약을 먹었던 것이 훗날 큰 이득을 볼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세상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난 일찍이 깨달을 수 있었다.


profile

유니스

2009.09.26 23:34:20
*.235.166.133

정말 고생하셨군요.
낙태를 시키기위한 약물을 한달동안이나 복용하셨다니...
그걸 이기고 태어나신 눈사람님은 엄청 독하실 거 같아요...ㅋㅋ
아직 해독이 되지않으셨다면 말이지요.
근데 새옹지마가 되는 일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하니까
다음 편 기대합니다~~
profile

눈사람

2009.09.28 10:19:54
*.136.37.11

유니스님!
항상 독후감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기대에 부응해야 할텐데요..
즐거운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profile

paul

2009.09.28 12:03:56
*.32.165.229

웬지 드라마 "M"을 보는것 같아 약간은 무시시~하네요.
profile

우디

2009.09.28 17:15:44
*.15.172.34

하하 참 재미있습니다. 계속 연재해주세요.
그런데 아이를 지우려했었던 얘기들까지 다 듣고 자라셨나봐요?
지금 글 쓰시는 시점보다 처음 그 얘기를 들으셨을 때의 심리가 어떠했는지도 궁금합니다.
profile

눈사람

2009.09.29 11:23:20
*.136.37.19

재미있다니 좋네요.  즐거움과 힘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쓰기 시작했거든요.
100퍼센트 실화이구요.
단지 글 내용은 재미있게 쓰기 위해 제 마음이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를 없애기(?)위해 한달동안 약을 드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살아서 나왔기 때문에, 다행히 기형아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결과가 좋았기에
그냥 엄마가 얼마나 딸을 낳기를 싫어했으면 그러셨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제가 인간성이 좋아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뱃속의 아이를 지우려 했었던 어미의 심정은 얼마나 힘들었겠는지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시점에 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은 안들었었던 것 같습니다.
집도 너무 가난해서 입이 하나 늘어나는 것에 상당한 부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애초에 시도를 마시지 ㅋㅋ)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여기저기 몸이 아픈 곳이 나타나니까
혹시 그 일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있긴 합니다. ^^

한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제 밑으로 여동생이 둘 있다는 것입니다.
셋이 있었을텐데.. 이 또한 마음 아픈 일입니다.
엄마는 아들 하나 더 나으려고 고고 하시다가 결국 딸들만 낳고 말았지요.^^
이 사실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딸들로부터 전 왕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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