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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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 할아버님... 연세는 여든 하나...
어제 침 맞으시고는 1시간 정도 한의원에 있는 신문을 정독하시고 나가시면서 " 여기는 신문 제대로 된 거 보는 구만요... 원장선생... 조선일보 같은 그런 쓰레기 신문은 보지 마시오" 하시면서 나가셨더랬습니다...
그 말투가 너무 또박 또박하시고 너무 정확하고 커서 간호사들도 놀래고, 저도 놀랬더랬습니다...
오늘 침 맞으러 다시 오셨는데, 침구실에 들어가시기 전에 저에게 종이 몇 장을 건네시고 들어가셨습니다... 할아버님께서 신문을 복사하시고 옆에다가 스스로 또박 또박 정자체로 각주까지 단 3장 짜리 에이 포 용지였습니다...
1980년 김대중 사형 구명운동을 했던 알렌 미국 전 백악관 보좌관이 이 번에 김대중 대통령 병문안 한 내용... 친일 인명사전의 내용 이야기... 할아버지께서 직접 쓰신 해방 후 역사에 관한 글들까지... 거기다가 마지막에는 직접 쓰신 시까지...
"우리 나라 돌아가는 것이 너무 답답하오... 일본놈들이 다 빠져나간 자리에 친일 하던 넘들이 채운다는게 말이나 되오??? 그 자들이 김구 선생을 보고 용공분자라고 했으니...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소..."
"남한이나 북한이나 이 모양이니 내 살아 생전에 평화 통일의 꿈은 접어야겠소... "
너무 너무 존경스런 맘이 들어서 연락 드리고 식사 한 번 대접해드리겠다고 하니 아이구 됐소, 말만 들어도 고맙소 하시면서 유유히 걸어나가시네요...
아래는 할아버님께서 쓰신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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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人亭으로 가던 길본 민들래 꽃>
민들래 꽃 방긋 웃으며 나를 반가이 맞이하네
땅에 엎드려 나불나불 그 아름다운 姿態
너의 이름마져 純粹하구나 민들래야
나는 너의 이름을 알지 못하였느나 이제야 알아노라 민들래야
나지막한 너의 얼굴 방긋이 나를 보고 웃기만 하네
<전라남도 영암 月出山>
東山이(에) 月吐(出)하니 西山은 日藏(沒)이로다
乾坤이 화합함에 천지만물이 生動하네
奧妙한 宇宙에는 森羅萬像 펼쳐있어
造物主가 누구인지 알 길이 漠然하구나
2009년 4월 27일
栗山 鄭 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