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련링크 :  

예전에는 젖을 떼려면 쓰디 쓴 마이신 가루를 젖에 발라 놓았다.

그러면 젖을 빨려고 달려든 아이는 쓴 맛을 보고 기겁을 하고 운다.

한번 쓴 맛을 봤다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완전히 정이 떨어질 때까지는 계속 달려들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는 한참동안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

젖 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매정하게 마이신을 먹였던 우리네 엄마들.

최소한 40대 이상은 거의 이런 방식으로 젖을 떼야 했을 것이기에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위 약발이 잘 안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면 너무 과장된 얘기가 되겠지만,

어찌 되었건 항생제를 본의 아니게 먹어야 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쓴 맛을 보고 엄청난 금단 증상과 씨름을 해야 했던 불쌍한 아이들.

그러나 한 번은 견뎌내어야 할 고통이었기에 참아야만 했을 것이다.


내 엄마도 예외 없이 젖에 마이신을 묻혀 놓으셨다.

그러나 난 가볍게 마이신을 젖에 타서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젖을 빨았다.

놀란 엄마

“ 오메 야가 왜 이런다냐. 울도 안허고 다 빨아묵어부러야.”

혹시 마이신이 아닌 다른 것을 발랐는가 아무리 살펴봐고 맛을 봐도 분명 쓴 마이신이었다.

몇 번을 당하고 나서(?) 엄마는 마이신 양을 늘렸다.

하얗게 변해버린 엄마의 젖.

그러나 난 천연덕스럽게 하얀 마이신 먼저 다 핥아 먹고 마치 항생제 먹고 물을 마시듯이

너무도 맛있게 젖을 먹었다.

젖을 다 먹고 난 내 얼굴은 마이신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수밖에.

“ 오메 오메 뭐 이런 놈이 다 있다냐. 쓰지도 않은가벼. ”

젖은 떼야 하고 얘는 마이신을 설탕 먹듯이 맛있게 먹어버리고 떨어질 생각을 안하니

엄마는 더 쎈 마이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난 아무리 쎈 놈이 와도 전혀 굴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 나갔다.


사실 이겨 나간 게 아니라 마이신이 입맛에 딱딱 맞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입에 안 맞는 것은 바로 내 뱉는 것이 유아기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결국 나에게서 젖을 떼지 못하셨고

2년 터울로 두 명의 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난 젖을 먹을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뱃속에 있을 때 나를 떼려고 약을 드신 엄마 덕분이었다면,

이미 엄청 쓴 맛을, 아니 첨부터 그 맛에 길들여져

쓴 맛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있어 너무도 달콤하게 마이신을 먹었다면

결코 과장이나 허무맹랑한 말은 아닐 것이다.

엄마 말씀에 의하면 젖에 묻혀놓은 마이신을 빨아 먹은 것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은 손도 대지 않고

서랍에 넣어놓은 마이신을 찾아내어 과자처럼 먹었다고 하니

그 땐 나에게 가장 맛있는 식품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profile

유니스

2009.10.23 17:56:34
*.104.196.160

항생제를 과자먹듯이 먹는 아기...
어려서부터 '고진감래'의 교훈을 득하셨군요,
"쓴 약을 먹은 후에는 달달한 모유가 있다."
역쉬...강하게 자라야하는 겁니다~~
profile

눈사람

2009.10.24 09:16:29
*.136.37.19

고진 감래의 교훈을 득하다.
이렇게 제목을 붙일 걸...
저도 모르게 교훈을 하나 터득했었군요.^^
List of Articles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4133 가톨릭대학교에서 공개&무료 인문학강좌를 합니다. 바우로 Oct 28, 2009 1210
4132 로그인이 정용섭 Oct 28, 2009 1555
4131 LiKaF: 한국에서 일한다는 것 [1] Trumpetvine Oct 27, 2009 1290
4130 어라?; [4] 차성훈 Oct 27, 2009 1387
4129 WCC 개최를 반대하는 주장들을 보면서.... [6] 닥터케이 Oct 27, 2009 1541
4128 8. 팔이 빠져버렸어요 [2] 눈사람 Oct 27, 2009 1426
4127 잊혀져가는 풍경 (구멍가게) file 이신일 Oct 27, 2009 1221
4126 초월과 실존의 긴장... [13] 첫날처럼 Oct 26, 2009 1324
4125 인내력 테스트~ [1] 잠수토끼 Oct 23, 2009 1740
4124 2009 종교개혁 기념 심포지움으로 초대합니다. 솔가든 Oct 21, 2009 2299
4123 안녕하세요. 마포에서. [10] 정용섭 Oct 21, 2009 1998
4122 잊혀져가는 풍경 (구멍가게) file 이신일 Oct 21, 2009 10203
4121 설교 강좌에 다녀왔습니다~ 파란혜성 Oct 20, 2009 1210
» 7. 젖을 떼려는 엄마에게 강력 저항하다 [2] 눈사람 Oct 20, 2009 1144
4119 울산에서 교회를 찾습니다. [2] 황소걸음 Oct 20, 2009 1872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