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예수 사건'과 '일상'

Views 1492 Votes 0 2011.04.11 11:52:47
관련링크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72251.html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어느 칼럼에서 읽은. '세존께서 성안을 걸어 다니며 밥을 빌어, 그것을 드시고 발씻고 자리에 앉으셨다'는 구절이 가슴에 꽂힙니다.

 

'신정론', '종말', '재림', '구원'...도희가 아프면서 아직까지도 제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는 주제들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복잡한 감정도 겪었고, 신학적 문제들을 접하고는 끙끙대기도 했습니다.

 

회의(의심)와 질문은, 내가 건강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떤 것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싶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억울하다고 항의해도, 그것은 정의와 공의가 아니라고 따져도, 당신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이, 피조물인 저의 운명이라는 것입니다. 

 

잠정적 결론이랄까, 이렇습니다. 성경이 전하는 예수 사건은, 한 실존의 고통스런 결단이 필요한 사건이라는 것, 심지어 결단했어도 쉽지 않은 사건이라는 것, 그러나 하나님의 은총에 기대어 받아들인다는 것.

 

요즘은, '신정론'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그리고 '일상', '생활'을 생각합니다. 예수 사건이 나에게 허락한 신앙적 양심을 지키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구체적인 시간과 상황 속에서 말입니다.

 

성경, 목사님들의 설교 말씀, 좋은 책들, 교우들과의 교제... 이런 것들이 삶에 지친 나를 위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하루하루로 이뤄지는 일상과 생활, 삶이라는 시간과 상황의 '고갱이'가 되어야 한다고 깨닫습니다.     -sg-

 

저 빛나는 일상(한겨레, 2011년 4월 11일자)

 

대승불교 핵심 경전인 <금강경>의 시작은 너무도 평범하다. “세존께서 성안을 걸어 다니며 밥을 빌어, 그것을 드시고 발 씻고 자리에 앉으셨다.” 어떤 이는 이것이 <금강경>이 전하고자 하는 전부라고 한다. 열반·해탈을 위한 무슨 거창한 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밥 먹고 똥 싸고, 울고 웃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이 일상이야말로 빛나는 도통의 장이라는 거다. 하지만 대개의 종교인들은 이 평범한 일상을 부정하고 초월을 꿈꾼다. 이 현실은 인간의 원죄 때문에 타락한 곳이라거나, 집착에 빠져 허우적대는 고통의 바다라고 여긴다. 그런데 청춘남녀가 성을 탐하지 않으면 인간세계는 아예 사라질 것이요, 험한 경쟁 속에 몸을 던져 돈을 벌지 않으면 삶은 어찌 꾸려가고 교회와 절에 헌금과 시주는 또 누가 할 겐가.

 

이 봄, 새파랗게 올라오는 잔디 위에 참새 깃털들이 어지럽다. 저 불쌍한 참새는 겨우내 언 땅속에 묻혀 있던 풀씨라도 쪼아 먹으려 내려와 앉았다가 그만 굶주린 고양이한테 당했다. 이게 곧 자연이라. 스스로 그러함이니, 고양이를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없다. 저 고양이는 살아생전에 못된 짓만 하던 자가 윤회한 거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재까지의 과학지식에 따르면 그건 아니다. 세존께서도 생존을 위해 “성안을 걸어 다니며 밥을 빌고 그것을 드셨다.”

 

50억년 지구 역사에서 생명이 시작된 이후 모든 생명체들은 자신이 아닌 남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야 ‘살아있음’이 겨우 유지된다. 벼와 밀이며 풀 같은 식물들도 사람이며 짐승들 먹으라고 있는 건 아니요, 제 스스로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있다. 그 옛날 단세포가 처음 출현한 이래 생존과 번식은 모든 생명체들이 짊어진 숙명이다. 이를 수행하는 우리의 일상은 늘 수고롭고 별 볼 일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치열한 삶의 일상을 속되다고 부정하고 이를 떠나 공간적으로 어디 먼 곳이나, 시간적으로 먼 미래를 천국이나 열반의 세계로 떠받드는 건 실상(實相)에 눈감은 거다. 다석 유영모 선생은 이 우주와 생명은 있다가 없어지기에 가짜라면서 영원한 참 생명, ‘참나’를 찾아야 한다 했다. 하지만 이 우주와 생명을 내어놓고 어디서 ‘참나’를 찾는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다석이 본으로 삼은 간디는 나이 서른일곱에 도통하려고 ‘브라마차랴’, 처와 성관계를 끊었다. 그 처가 안되어 보이고, 칠팔십 죽을 때까지 서로 예뻐해 주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하는 남녀들이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인다. <중용>에서는 이를 “부부의 어리석음으로도 도를 알 수 있다”(夫婦之愚 可以與知焉)고 했다. 남녀가 애정을 속삭이면 된 소리, 안된 소리 마구 지껄이는 법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안에도 도가 있다는 말이다. 화엄에서도 어떤 미물도 그 안에 끝없는 진리, 본체를 포섭하고 있다 한다.

 

이 구체적인 현실을 떠나서 그리는 이상향과 미래는 그저 말과 생각이 지어낸, 손에 잡힐 리 없는 하나의 추상일 뿐.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바리사이들의 물음에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고 대답하셨다. 너희가 서 있는 ‘지금 여기’ 이 순간 순간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맛보올 영원의 한 자락이라는 말씀이라.

 

지난겨울 소·돼지며 닭과 오리들이 거의 500만마리나 죽어갔다. 그 끔찍한 ‘살처분’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 대량 살처분이나 나중에 도축장에서 저 짐승들을 죽이는 거나 저들 입장에서 보면 끔찍하긴 마찬가지다. 사람이 남을 먹어야 살겠으되 고기를 안 먹거나 최소한 덜 먹겠다는 뜻을 세운 이들은 숙명으로 주어진 이 일상의 현실을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도를 찾는 이들이다.

 

<금강경>은 마지막을 이리 맺는다.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 ‘나’라는 상도, ‘해탈’이란 상도 취하려 하지 말고 그저 그냥 그렇게 있어라. 누군가 <금강경>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요약했다. “돌아가라. 그대들의 저 빛나는 일상으로.” 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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