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Views 2158 Votes 0 2012.11.11 22: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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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석(1912~1995)시를 소개합니다. 백석은 동화작가이기도 한데 이 분의 시는 주로 지방사투기가 많아 조금 이해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계속 반복해서 읽어보면 아주 큰 보화를 발견할 수 있답니다. 아래의 시는 혼자된 백석의 처량한

신새타령 같기도 하지만 계속 읽어보면 결코 나약하지 않은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겨울날 어두워지는 저녁무렵에

 잔설에 하얗게 덮힌 갈매나무의 굳건함이 하나의 희망을 상징합니다.

반복해서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의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는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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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2.11.12 13:05:00
*.146.244.103

현대 시인들 중에 가장 최고의 시인를 뽑으라면 백석을 주저없이 선택한다고 한다는데...

당신이 백석의 시를  들고 나왔군요..

나는 아직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라서

어려운 시도 거뜬히 소화시키는 당신이 부럽꾼요...

지금 집에서 열심히 곶감 깍는니라 고생이 많구려..

오히려 회사 나오는 것이 나는 편하고 좋은데..ㅎ

 

틈틈히 시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이 보고 좋구려

아무리 일이 많아도

여유와 세상 사는 재미을 잃지 않도록 합시다.

수고하시구려^^

 

참고로 예쁜 미소는 달팽이 아내입니다.ㅎㅎ

간만에 다비아 글을 올렸네요...

profile

클라라

2012.11.12 20:40:08
*.34.116.82

후후.. 달팽이님은 남편바보군요.^^

제가 닉하나 붙이겠슴다..

 

남편미소..^^

 

자하문

2012.11.12 20:18:13
*.180.171.180

옮겨갑니다.. ..

profile

클라라

2012.11.12 20:35:40
*.34.116.82

예쁜미소님이 윤미영씨였어요?^^

이름을 살짝 바꿨네요. 정수빈..

올해 7살이시구요. ^^

 

와, 미영씨!! 정말 멋져요.

이 라라집사는 백석 시는

잘 모르니깐 넘어가고요,

미영씨가 훨씬 더 멋져보이네요.

그 바쁜 짬짬히 시집을 읽으시는군요.^^

 

앞으로도 종종 들어오셔서

좋은 시 많이 소개 해 주세요.

수빈맘

2012.11.12 22:09:03
*.154.137.83

어떻하다 수빈이 이름으로 등록되었죠 ^^

이 시를 읽으면 맘이 참 풍요로워 집니다.

읽을 수록 느낌이 다르고 아주 커다란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계속 반복해서 읽고 곶감하면서도 생각하는 시랍니다.

마지만 행이 정말 멋져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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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

2012.11.12 23:06:17
*.142.172.123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예쁜미소님 말대로 되새김질을 하며 읽었더니

이 귀절이 건져지네요...

지리산 아래서 잔잔히 시를 읽으며

곶감을 깍는 미영씨의 고운 모습도 다가오고요..^^

 

남도 사투리도 그렇고

문체도 그렇고.. 익숙치 않으면서도 묘한 맛이 있네요.

좋은 시 소개해주어서 잘 읽었어요.

수빈맘

2012.11.13 20:54:36
*.154.137.83

이번주 부터 감을 깍고 있습니다.

웃겨님 가정의 도움으로 저도 힘이 났어요

그날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담에는 여유있게 놀러 오세요!!!!

직접 따신 감으로 만든 곶감도 드시고요

할머니 몸살하셨을거 같은데 안부 전해주세요 ㅎㅎㅎ

 

profile

정용섭

2012.11.12 23:58:51
*.185.31.7

수빈맘 님,

백석의 시, 잘 읽었어요.

본인을 외로이 서서..  눈을 맞고 있는... 갈매나무로 묘사하는군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네요.

수빈맘 부부는 정말 닭살이군요.

아마 내 나이가 되어서도 그럴 것처럼 느껴지는군요.

올 겨울 몸과 마음, 따뜻하게 지내세요.

 

수빈맘

2012.11.13 20:56:57
*.154.137.83

목사님 가을이 뒷그림자만 남긴채

도망가는 것 같아요

오늘부터 어찌나 찬 바람이 부는지  내일은 더 추울꺼라는 데

감기조심하세요. 찬바람엔 마스크가 최고내요

그리고 대포곶감도 감기에 최고랍니다.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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