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10일

베드로의 울음(1)


베드로는 아랫뜰에 있더니 대제사장의 여종 하나가 와서(14:66)


예수님이 산헤드린에 의해서 사형 선고를 받고 모욕을 받았다는 보도에 이어서 이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수치스런 사건에 대한 보도가 나옵니다. 베드로가 세 번에 걸쳐서 예수님을 부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양자 모두 예수님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똑같습니다. 전자는 교회 공동체 밖에서 행해진 부정이라면 후자는 안에서 행해진 부정입니다. 후자가 더 비극적입니다. 

다른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도망”(막 14:50)했지만 베드로만은 산헤드린 공의회가 열리는 대제사장의 뜰까지 숨어들었습니다.(막 14:54) 거기서 그는 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이런 베드로의 태도를 높이 사야할까요? 한편으로는 그렇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아주 위태롭습니다. 예수님이 어떤 선고를 받느냐에 따라서 제자들의 운명도 달라집니다. 그런 상황에 대제사장의 뜰까지 찾아들어갔다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베드로의 그런 행동을 높이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살펴볼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베드로는 예수님을 부인합니다. 그가 대제사장의 뜰에 들어간 것은 어떤 신앙적 동기라기보다는 호기심의 발로였겠지요. 이 대목의 결론을 전제한다면, 그는 오직 은총으로 주님의 제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기독교 신앙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예수님을 부인해도 돌아서기만 하면 여전히 구원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사실에 대한 예증이라고 말입니다.

대제사장의 뜰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온통 주위는 어둡습니다. 안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심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닥불에 몇 사람들이 모여서 불을 쬐고 있습니다. 오늘 열리는 비상 산헤드린 공의회에 대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눴겠지요. 그 안에 베드로는 두려움과 절망의 표정으로 끼어 있습니다. 그의 옆으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린 여종이 천천히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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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2009.09.09 23:52:31

목사님!

"돌아서기만 하면"에 눈길이 머뭅니다.

이제 바람이 서늘하기까지 하네요.  좋은 밤 되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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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늘

2009.09.10 09:10:23

저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베드로의 느낌을 가져 봅니다.

두렵고 떨린 마음들, 앞으로 일에 대한 막연함, 여기서 끝날 수밖에 없는 제자들의 운명들.

곁불을 쬐며, 주위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가슴의 끝은 계속해서 떨리기만 합니다.

그러면서 뭔가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품어 보지 않을까요?

누군가 예수님을 구출을 해주지 않을까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에 가슴은 두근거림 속에 베드로가 불쌍해 보입니다.

 

정목사님의 말씀대로 이런 베드로에게 구원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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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09.09.10 23:40:52

아, 베드로!

예수에게서 반석이라는 의미로 받은 이름이지요.

원래 이름은 시몬.

예수를 따라나서기 전까지 나사렛 호수에서 어부로 살던 사람,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왜 예수를 부인했을까요?

대제사장의 뜰에서 자기 정체를 숨긴 채 불을 쬐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바로 우리 자신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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