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자들의 이상한 침묵

조회 수 3004 추천 수 3 2010.07.07 23:39:49

 

     요즘 매일묵상에서 ‘근본주의’에 대해 연재하는 중인데,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소. 천안함 사건 말이오. 한국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이 발사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사실을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의 이름으로 지난 5월20일에 발표했소.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들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소. 그리고 북한을 규탄했소. 남한 정부는 북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여러 각도로 시도했소. 일체의 남북 교류를 단절했소. 심리전을 위해서 고성능 확성기를 설치했소. 아직 확성기에서 심리전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큰 소리를 치더니 왜 머뭇거리는지 이상한 일이오. 북한의 책임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건지, 자칫 방송을 했다가 확전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인지, 또는 최근의 뉴스에서 보듯이 미군의 반대 때문인지 잘 모르겠소.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 강력한 규탄 성명을 내려고 했지만 그것도 지금 지지부진한 상태요. 천안함 사태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정책이 혼란에 빠진 상태요. 천안함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을 두 번에 걸쳐서 쓴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오. http://dabia.net/xe/current/388112 http://dabia.net/xe/current/392037

     그런데 말이오. 참으로 궁금하게 있어서, 그대가 좀 불편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늘 다시 이 주제를 선택했소.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치적인 문제는 여러 각도로 해석이 가능하니 그렇다 치고,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왕성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거 아니겠소. 합조단의 발표는 과학적인 근거에서 나왔다고 했으니 말이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서재정 교수와 버지니아대 이승헌 물리학 교수는 천안함에 대한 합조단의 발표를 지난 한달 반여에 걸쳐서 꾸준히 과학적으로 반박했소. 합조단의 조사에 모순과 잘못이 많다는 이들 두 학자들의 주장이 옳은지 합조단이 옳은지 워낙 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와서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소. 다만 학자의 양심으로 사태의 중심으로 들어갔다는 사실만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오. 그들이 오는 9일(금)오후 3시 도쿄 시내 유라쿠초에 위치한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하오. 그런데 국내 학자들은 침묵의 카르텔이라도 맺은 듯이 입을 딱 다물고 있소. 황우석 거짓 논문 사태 때도 자연과학자들은 침묵을 지켰고, 대신 PD 수첩과 프레시안이, 그리고 과학 동아리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해서 겨우 진실이 밝혀졌소. 지금 내로라하는 여러 전문 분야의 학회에 속한 학자들이 이 천안함 조사 발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오. 합조단의 조사 결과가 옳은지 아닌지를 학회의 이름을 걸고 발표하면 국민들의 궁금증이 좀 가라앉을 것도 같은데, 꿈쩍도 하지 않소. 합조단의 발표를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말할 여지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잘못 말했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조바심을 느끼는 것인지, 또는 이번 조사가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서 자신 있게 나서기 힘들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전문가들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오. 서재정 교수와 이승헌 교수의 문제 제기가 잘못이라면 그것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소. 이렇게 중요한 국가적 사태 앞에서 나 몰라라 방관한다면 그건 죽은 학문이오. 자연과학자들이여, 입 좀 여시라.(2010년 7월7일, 수, 햇빛과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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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7]paul

2010.07.07 23:51:46

"침묵은 금이다"... 아마도 금 때문이 아닐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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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3]남양주댁

2010.07.08 05:56:28

paul 님의 댓글에 빵 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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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8]정성훈

2010.07.07 23:54:54

몸보신을 위해서 침묵은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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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10.07.08 09:49:37

그러다가 입술에 금이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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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병훈

2010.07.08 18:44:35

자연과학도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전공이 달라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의견 수준이상을 말하긴 힘들거 같네요..) 연구비의 대부분을 정부에서 받는 연구자들은 정부 비판적인 일에 뛰어들기 힘들지요.. 특히 요즘같은 시절에 나섯다가는 1년안에 모든 연구비가 짤리는 상황을 맞이 할 수도 있겠군요.. 이건 일반적인 논쟁에서 처럼 논쟁해보고 검토해봤더니 내가 틀렸더라 이런 문제가 아니고 정부 반대의견이 틀리거나 틀리다고 정부에서 계속 주장하면 한 평생 쌓아 왔던거 날리는건 일도 없지요..


황우석때는 논문이라는 오픈된 형태로 발간된 문서에 대한 검증이라 나름 정보에 다가가기 쉬웠고 거의 동일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서 확신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의 정보는 차단되어 있는 상태고 동일한 폭파실험을 해본사람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논쟁에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참여할 수 없다는 건 참 쪽팔리는 일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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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잎새의 꿈

2010.07.08 19:14:32

자연과학만 그런 것도 아니죠.

사실 인문 사회계열도 국가 지원금액이 적지 않습니다.

알게모르게 그 돈 받고 혜택입는 이들은

아무래도 국가정책에 공공연하게 반기를 들기 어렵죠.

 

게다가 딸린 식구들(석박사 생들)까지 생각하면

갈수록 더 움츠러들기 마련이겠죠.

 

서울대도 1년 예산이 1조 정도인데, 그 중 5천억 정도가 외부 연구 지원비랍니다.

 

역시 세상에 돈만큼 힘있고 무서운 놈도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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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토토

2010.07.08 21:13:16

저도 아침에 엄마가 용돈줘서

엄마한테 화났던거 싹 풀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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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7.08 22:02:44

애시당초 자연과학자들의 손을 떠나

정치공학자들에게 공이 넘어간 것이라서...

바이오 쪽을 다루는 bric에서도 끊임없는 도배를 하다가

이제는 지치고 지루하다는 분위기까지 되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것까지 계산한 고도의 정치적 기술이 엿보입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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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6]병훈

2010.07.09 00:16:46

러시아에선 어뢰가 아니라고 판명했군요..

이제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한국에는 알려주지 않았군요.

전작권문제가 이래서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http://hani.co.kr/arti/politics/defense/4295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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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3]우디

2010.07.09 00:31:11

저도 뉴스에서 보고 그냥 웃어버렸습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냐...' 이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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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0.07.09 23:47:06

어뢰발사의 주체를 명기하지 않은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이 채택되었다는군요. 음,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른지,

미적분 풀기보다 더 힘들겠네요.

어쨌든지 주어가 없는 문장이 되고 만 거잖아요.

해석을 마음대로 하는 뜻인지,

안보리도 좀 우스운 집단이군요.

[레벨:22]머리를비우고

2010.07.10 11:21:13

침묵하는 지식의 연약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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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1]아델포스

2010.07.13 11:07:19

PD수첩도 정작 취재기자들이 아니라 제작프로듀서들이 만들죠..

요즘 기자들은 국가안보니 국가이익이니 고려한다는 게 왜 그리 많은지...

차 떼고 포 떼고 또 뗄게 너무 많죠..저들끼리 엠바고도 만들고..

언론 본연보다 국정 홍보에 더 기우는 것 같네요...

정작 권력 견제나 비판은 시민단체의 몫인 듯...

기자들이란 권력과 시민단체를 오가며 중재하는 헤르메스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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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7]paul

2010.07.13 14:19:19

오늘 한겨례 신문에서 읽은 기사 입니다:

브릭(BRIC)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7721.html)


'침묵은 금이다...' 라고 했는데 아마도 금속재료 공학도는 '금' 보기를 '돌' 보듯 하는것 같습니다.

... 그런데 합조단은 '금' 보기를 '1번' 보듯 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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