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5)

조회 수 2166 추천 수 3 2010.07.10 23:20:44

 

     오늘은 어떤 잡지 8월호에 기고할 원고의 일부를 그대에게 미리 전하는 것으로 매일묵상을 대신하겠소. 핵심은 근본주의 속성이 레드컴플렉스에서 나타난다는 것이오. 아직 교정을 못 본 상태의 원고이니 대충 알아서 읽어주시면 고맙겠소.(2010년 7월10일, 토, 잔뜩 흐림)

  

     합조단의 발표가 있기 훨씬 전에 ‘한기총’은 침몰한 천안함을 재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아니 엽기적이라고 해야겠다. 한기총은 “칼을 쳐서 낫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미 4:3)이라고 성서의 말씀을 외면한 것이다. 그들이 특히 호전적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좋게 봐서 전력을 강화해야만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이 앞장서서 군함을 만들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은 해괴한 일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일제 치하에서 친일 기독교인 명사들이 비행기 헌납 기성회를 조직한 일이 그것이다. 그들과 한기총의 이번 행동에 심리적인 일치점이 보인다. 친일 기독교인 명사들은 일제보다는 미제(美帝)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다고 생각했으며, 한기총은 북한이 바로 그런 대상이었다. 전자에는 미제가 주적이었으며, 후자에게는 북한이 주적이었다. 주적을 대적하기 위해서 그들은 평화 공동체라는 교회의 본질마저 망각한 것이다.

     합조단의 발표를 전후로 해서 대다수 대중 설교자들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발표 이전에 이미 그런 심증을 굳혔으며, 발표 후에는 확신했을 것이다. 필자는 합조단의 발표에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걸 이 자리에서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7월9일) 이와 연관해서 두 가지 사실이 밝혀지거나 결정되었다. 하나는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러시아가 어뢰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유엔 안보리가 의장 성명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대한민국으로서는 불리한 결과이다. 두 가지 사실 모두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이라는 남한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남한의 입지는 줄어들지 않겠는가. 많은 설교자들이 합조단의 발표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들이 최소한 필자와 비슷한 식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레드컴플렉스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것이 필자가 보기에 신자들의 영혼을 부패시키는 근본주의의 속성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 아무개 목사는 7월3일 “기독교애국운동의 조직화를 위해 나라사랑운동에 앞장 설 5만 명의 기독교인 회원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조직화된 좌파세력이 이메일, 트위터 등을 적극 활용해서 한나라당이 이기면 전쟁이 난다고 하며 선거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게다가 30, 40대의 40%가 천안함 폭파가 북한의 소행임을 믿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한 “지금은 큰 위기다. 이대로 가면 다시 친북좌파들이 설치는 세상이 오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면서 기독교인 5만명을 기독교사회책임의 회원으로 만들어 기독교 애국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런 유의 선동적인 설교는 한국교회 강단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인 2003년 2일, 세문안 교회 이수영 목사는 “전쟁을 없이 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설교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대북문제에 관한 국민의 혼란과 우려는 새로 대통령이 되신 분의 발언 때문에도 가라앉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은 범죄국가가 아니라 협상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비극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있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켰고, 북한 땅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압살했으며, 두 번씩이나 남한의 대통령을 죽이겠다고 124군 부대 특수요원들을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시키기도 하고 아웅산 테러를 자행했으며, KAL기를 납치 폭파하여 수백 명의 민간인을 죽이는가 하면 수백만의 백성을 굶어죽게 만들면서 대량학살무기를 개발 혹은 비축하기에 혈안이 된 나라가 범죄국가 아니면 어떤 나라가 범죄국가란 말입니까? 이 발언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지해주고 도와준 우방 국가들을 배신하며 분노하게 하고 우리나라를 국제적으로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망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신 나간 발언을 하는 철없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을 5년간이 너무나 불안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북한은 범죄국가로 불리기에 충분한 집단입니다.(졸저 ‘속빈설교 꽉찬설교, 228 쪽에서 재인용)

 

     필자가 천안함 사태를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문제가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문제로 북한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은 게 거의 없다. 얻은 게 없을 뿐만 아니라 다시 원상으로 회복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잃은 것이 많을 뿐이다. 다른 하나는 이번 사태가 설교자들이 역사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설교자들이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면 복음에 대한 열정이 아무리 순수하더라도 왜곡된 설교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에서는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중심으로 지난 6월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25 전쟁 60년 평화기도회’에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간증자로 초대되었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를 없애야 한다는 명분을 억지로 만들어 이라크를 침략한 전쟁광인 부시를 평화 기도회에 초청했다니, 얼마나 파렴치하며 몰역사적이며,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한국교회의 영적인 수준을 만천하에 까발린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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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1]새하늘

2010.07.11 17:28:20

근본(根本)이라는 단어는 참 좋은뜻인데, 이렇게 변질되니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마음의 근원인 곳으로 찾아서, 다시 생각을 한다면 좋을텐데...

제 신앙과 마음의 뿌리인 근본은 어디인지 자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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