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순간

Views 3263 Votes 4 2010.09.16 23:39:37

 

     그대가 젊다면 죽음을 아직 실감하지 않을 거요. 아무리 젊다고 해도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실제로는 죽음과 상관없는 게 아니오. 죽음은 일상의 문제요. 오늘의 문명은 우리를 속이고 있소. 우리에게 죽음이 없는 것처럼, 거리가 먼 것처럼, 영원히 살 수 있기나 한 것처럼 속이고 있소. 요즘 나는 죽는 순간의 느낌이 어떨지 종종 상상하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연습하는 것일 수도 있소. 사는 것도 벅찬데 죽음을 왜 준비하고 연습하느냐고 묻고 싶소?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소.

     죽음이 아주 가까워졌을 때 모든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거요. 어렸을 때 함께 놀던 친구들, 함께 신앙 생활했던 교우들, 평생 함께 산 가족들에 대한 기억도 사라질 것이오. 잠에 빠져드는 느낌과 같을지 모르오. 지금 내 방은 세 면이 책이고, 한 면이 창문으로 되어 있소. 늘 내 곁에 있었던 책과 컴퓨터도 내 기억에서 사라질 거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던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되는 순간이오. 아무도, 아무 것도 나와 함께 해 줄 수 없는 순간에,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순간에 기분이 어떻겠소? 그대는 절대고독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죽는 순간에는 살아있는 동안에 열정을 기울였던 모든 것들이, 모든 사건들이, 모든 장면들이 한 밤이 꿈처럼 생각될 것 같소. 애착을 기울였던 것들도 시시해지는 거요. 여기에 예외가 없소. 집도, 통장도, 귀금속도, 사회적 지위도 모두 시시해지오. 무엇이 남소? 남는 것은 없소. 허무로 들어간다는 말이오? 그것은 개인에 따라서 다를 거요. 이 세상의 것에 과도하게 매달렸던 사람이라고 한다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는 순간에 깊은 허무의 늪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가질 거요. 이 세상에서 자기를 가볍게 여기던 사람이라고 한다면 허무를 느낄 것도 없소. 잃을 것도 없으니 미련도 없는 거요.

     그리스도인은 죽을 때 하늘을 희망한다고 하오. 실제로 그럴 것 같소? 그리스도인들의 죽음을 옆에서 직접 본 적이 있소? 나는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뭐라 단정적으로 말할 입장은 못 되오. 개인에 따라서 크게 다를 거요. 대개는 혼미한 상태에서 정신을 잃게 될 거요.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칠 수도 있소. 그런 상태에서 하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잘 안 되오. 그냥 죽음과 싸울 뿐이오. 특별히 신앙적으로 훈련이 잘 된 사람은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겠소. 자기의 죽음마저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오. 훈련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다 그런 것은 아니오. 육체적인 고통이 심한 경우에는 훈련이 되었다고 해도 고통스럽게 죽소. 숨이 목구멍에서 막히는 순간에, 심장이 멈추는 순간에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소. 그대도 죽음을 준비하시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받을 때 이미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고 생각하오. 죽은 사람처럼 사는 연습을 해보시오. 그럴 때 삶이 눈에 보일지 모르겠소. (2010년 9월16일, 목, 높아지는 하늘)


무위

2010.09.17 00:12:34

죽은 사람처럼 사는 연습, 울림이 큽니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살고 싶은 마음에

종지부를 찍게 만드네요.

허무한 삶에 빠지지 않고 진정한 삶에 눈 뜰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profile

도도아빠

2010.09.18 11:45:30

나는 죽음이 두려운가? 잘 모르겠습니다. 깊이 생각해보지를 못했습니다.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도희와 도영이 생각하면 오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삶에 진한 애착이 있는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숨쉬며 살아왔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도희가 아프기 전까지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희미합니다.

 

나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고자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살고자 합니다.

park20130627

2010.09.19 21:29:24

 

목사님 묵상이 저에게 많이 와닿습니다.

 

내가 죽을때 어떻게 죽음을 맞을지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이번 달에는 알아보고 싶어집니다. 예전에 몇번 생각은 했는데... 유언장쓰기나 소유물건 나눠주기 등등...

 

하나님 앞에서 사는 것과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죽음을 거쳐서.. 정말 내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면 지금 내 모습 이대로 부끄럼 없이 설수는 없겠지만....

 

하나님께 진실하고 기쁜 모습과 마음으로 서고 싶네요..  이런 생각은 천국이 꼭 죽은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전제하는 것 같아서 조금 주의스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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