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기요. 우리가 살아 있으려면 무언가를 먹어야 하오. 먹지 않고도 살아갈 방법이 있겠소? 영양주사를 맞으면 상당 기간은 버텨낼 수 있을 거요. 그러나 그게 계속될 수는 없소. 입으로 먹고 위에서 소화시킨 뒤 작은창자와 큰창자를 통해서 영양을 흡수한 뒤에 찌꺼기를 항문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살고 있소. 요즘은 위 내시경 검사와 대장 내시경 검사가 건강검진에서 거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소.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문제가 우리의 건강에 결정적인 것이라는 뜻인가 보오.

     우리의 질문은 이것이오. 어떻게 하면 잘 먹을 수 있소? 어떻게 먹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소? 어는 정도 먹는 것이 맞춤한 것이오? 이런 문제를 일일이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을 거요. 내가 보기에 자기 몸이 알아서 알려줄 것이오. 굳이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자기 몸의 요구에 따르면 가장 적당한 방식으로 먹기를 할 수 있을 거요. 그러니 건강에 좋은 음식을 골라 먹느라 과민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오. 중요한 것은 먹기를 삶의 본질로 받아들이라는 것이오. 이 말은 곧 먹기는 도(道)라는 뜻이오.

     그대는 절에서 정식 절차를 밟아서 밥을 먹어 보았소? 거기는 설거지라는 게 따로 없소. 각자 밥그릇은 자기가 보관하오. 밥을 다 먹으면 물을 그릇에 넣고 김치 한 조각으로 돌려가며 찌꺼기를 모아서, 그 물을 마신 뒤 마른 헝겊으로 그릇을 닦으면, 그것으로 끝이오. 먹기의 과정이 곧 구도요. 이런 것에 비해서 오늘 세속사회의 먹기는 그야말로 탐욕의 극치라 할 수 있소. 그런 결과가 이번 구제역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르오.

     먹기가 인간의 본질이고, 따라서 먹는 행위가 구도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의 먹기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오. 남을 배려하려면 당연히 자기가 먹을 양을 조절해야 할 거요. 그것이 일용할 양식에 대한 주기도의 가르침이기도 하오. 내 말이 설교 조로 전달되지 않았으면 하오. 어떻게 보면 삶은 그렇게 엄청난 것이 아니오. 단순하게 생각하시오. 먹기만 잘해도 그 사람의 삶이 구도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소. 그게 쉽지 않을 거요. 금년 한 해, 잘 먹으며 살아보시오. (2011년 1월10일, 월)


첫날처럼

2011.01.11 11:01:01

"일용함" 의 회복이 현대의 과소비사회에서는 꼭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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