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해(7) -병-

조회 수 2352 추천 수 1 2011.01.11 23:19:40

    그대는 크게 아픈 적이 있었소? 감기 몸살 뭐 이런 거 말고 위기를 느낄 정도로 아픈 거 말이오. 이런 병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잘 모를 거요. 나도 그렇게 아픈 적이 없어서 깊이 있게 말할 입장은 아니오. 병은 대개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하오. 이런 거로만 보면 나는 운이 좋은 게 아니오. 어머님은 40세에 뇌암으로 돌아가셨고(어머님 나이), 아버님은 70세에 강으로 물놀이 가셨다가 심장경색이 와서 돌아가셨소. 내가 7,8년 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 심장의 한쪽 부분에서 전파 장애가 보인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소. 심전도 검사할 때마다 그게 반복되오.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일단 귀찮기도 하고, 나 스스로 느끼기로 별 이상이 없어 그만두었소. 수년 전 설교비평 글을 쓰느라 몸을 혹사할 때 위장병이 도졌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소. 과식만 하지 않으면 불편한 게 없소. 소화 능력도 타고 나는 것이라 하오. 내 몸은 능력이 부족한 것 같소. 1970년대 후반, 그러니까 내 나이 20대 중반 대구에 있는 봉산성결교회 전도사로 있을 때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할 정도로 소화 장애로 고생을 했었소. 그때 이후로는 이상이 없다가 50대에 들어와서 위장병이 도진 거요. 결국 선천적인 기질도 있긴 하지만 뭔가 무리를 했을 때 몸에 이상이 오는 게 분명했소.

     인생이 그렇지 않아도 짧고 허무한데 병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겉에서 속까지 병들지 않는 구석이 하나도 없소. 심지어 정신도 병이 드오. 전능한 하나님이 사람을 본인의 형상대로 지으셨다고 하는데, 사람이 왜 이렇게 불완전한 거요? 하나님의 창조 능력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소.

     거꾸로 생각해보시오. 병이 없는 세상이라면 어떻겠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나도 아프지 낳고, 아무도 장애를 겪지 않고 사는 세상이라면 말이오. 정말 환상적인 세상이 될 것 같소? 그건 아무도 모르오. 그런 세상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런 것은 선험적으로 알 수는 없소. 다만 간접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있소. 밥 먹는 걸 생각해보시오. 사람에 따라서 약간 씩 차이가 있겠지만 밥을 먹는 이유는 두 가지요. 배가 고프다는 것과 밥맛을 즐긴다는 것이오. 배가 고프지도 않고 밥맛도 없지만 살기 위해서 먹는 사람이 있긴 하오. 그것도 다 연관된 이야기오. 밥맛은 배가 고플 때 강렬하오. 아무리 좋은 반찬이 있어도 배가 부르면 별로 맛을 느끼지 못하오. 약 한 알만 먹으면 한 달 동안 배가 고프지 않고, 영양도 부족하지 않게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소? 대다수는 그런 세상을 원하지 않을 거요. 배가 고프더라도 밥맛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택할 거요. 이런 논리가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소. 이 두 문제를 같은 차원에서 생각하면 안 되오.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요. 앞의 것은 우리의 존재론적 근거라고 한다면, 뒤의 것은 우리의 윤리적 행위에 관한 것이오.

     금년 한 해, 그대가 아프지 않고 살기를 바라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병이 들거나 다치게 되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힘을 내시오. 우리가 아무리 건강하고 젊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늙고 병이 든다오. 그걸 그냥 일상으로 받아들여보시오. 그것을 생명 현상 자체로 생각해보시오. 그대가 도저히 견디기 힘든 순간을 맞을지도 모르겠소. 생명의 영이신 성령이 그대를 고유한 방식으로 위로하실 거요. (2011년 1월1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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