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복(5)

Views 3051 Votes 0 2013.06.30 23:05:02

 

마태 공동체는 12절이 묘사하고 있듯이 순교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 어려운 상황은 내외적으로 두 가지이다. 우선 내적인 어려움은 율법 폐기론자들의 대두이다. 복음으로 자유로워진 사람들에게 율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값싸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 오직 믿음만을 강조하다가 결국 구체적인 삶의 내용이 실종되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도 이런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믿음 일원론이 팽배하다. 이런 신앙 행태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바울도 비슷한 말을 했다.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롬 3:28) 마틴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가톨릭교회의 업적 신앙과 대비해서 강조했다. 니골라당으로 불리기도 하는 율법 폐기론자들을 향해서 마태는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게 되었다.(마 5:20)


외적인 어려움은 유대교로부터의 압박이었다. 기원후 70년에 유대 전쟁이 끝났다. 예루살렘은 로마에 의해서 초토화되었다. 예루살렘 성전도 허물어졌고, 제사장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유대교는 더 이상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장들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길은 율법 종교의 특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율법은 성전이 없어도 가능했다. 그때부터 바리새파 운동이 활성화되었다. 그들은 자신들과 느슨한 관계를 맺고 있던 유대 기독교를 향해서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유대교로부터 탈퇴하든지, 아니면 율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라는 요구였다. 유대 기독교를 대표하는 마태공동체는 유대교로부터 이단으로 몰릴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였다. 유대교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유대교의 보호막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유대 기독교인들은 율법을 포기할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다. 이 문제로 인해서 그들은 이방 기독교와 직간접적으로 충돌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갈라디아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마태복음 공동체는 내외적으로 믿음의 정체성이라는 문제에서 큰 숙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 고민이 팔복을 시작으로 하는 산상수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거기에 진술된 문자에만 머물지 말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마태공동체의 신앙적 긴장을 읽어야 한다. 영적 몸부림이 거기에 녹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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