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7일(토)

 

제자 되기, 가능한가?

 

내일 설교 본문을 해석하기가 만만치 않다.

예수는 가족도 미워하고 모든 소유도 포기하지 않으면

당신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하셨다(눅 14:25-33).

출가 수도승이 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가족을 미워하고 소유를 포기한 채로는

일상을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

이 말씀을 종말론적 명령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종말이 오긴 전인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지만

종말에서는 가능한 말씀이라고 말이다.

또는 이 말씀을 일반 대중을 향한 게 아니라

12 제자를 향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예수님이 베드로를 비롯해서 여러 제자들을 불렀을 때

그들은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나섰다.

종말론적 관점이나 제자들만을 향한 말씀으로 본다면

오늘 일반 신자들에게는 의미 없는 말씀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좀 곤란하다.

예수의 말씀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지

일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오늘 많은 기독교인들은 제자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한다.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서

예수의 제자라는 말이 들리지도 않는다.

습관적으로 그냥 교회에 나갈 뿐이다.

교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다.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와의 특별한 관계에 들어간다는 의미인데,

그걸 경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오늘 신자들은 혼자서는 영적인 세계에 들어가지 못한다.

실질적인 예수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거꾸로 제자 훈련에 전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사명감도 투철하고

청교도적인 윤리관도 확실하다.

그래봤다 사실은 그것도 별 거 아니다.

한국에서 제자 훈련으로 대표적인 교회에서

요즘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제자 훈련이라는 게 공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일반 사제지간의 그 무엇이 아니다.

세상에서의 사제지간은 학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예수와 기독교인의 관계는

운명적으로 일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와의 일치에 방해되는 것을

밑으로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제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게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청중들에게 제자의 길에 대해서 설교하기 전에

나 스스로 그런 길을 가고 있는지 질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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