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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0일(금)
삶(9)
삶의 반대말은 죽음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인간은 왜 죽어야 하나?
여기서 ‘왜’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모든 피조물의 숙명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죽어야 할 뿐이다.
인간만 죽는 게 아니다.
모든 생명체는 탄생, 노화,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을 간다.
생명체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그런 숙명에 놓여 있다.
태양도 노화되고 죽을 것이다.
다른 별들도 다 마찬가지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가는 길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아주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단순한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전율과 충격에 가깝다.
죽음까지도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도사들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받는다.
오래 전에 이름이 잘 알려진 신학자가
갑자기 말기 암에 걸린 적이 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완전히 정신적 공황에 빠졌다.
하나님을 부인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
죽음은 공포 그 자체다.
생각해보라.
자기와 관계되었던 모든 것들로부터 완전히 단절된다.
자기의 몸을 박테리아가 다 먹어치운다.
영원한 흑암에 들어간다.
그러니 천국 소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런 소망도 어느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결국 죽어야 하는 인간에게
삶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오랜 아니 영원한 화두가 삶과 죽음이 아니겠습니까
인생에 있어
누군가의 답이 나의 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언젠가 깨달았을때
절망에 발목을 잡혀 산 것도 아니고 죽은것도 아닌 회색인간의 상태가 되어
선악의 저울에 달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 자신에게 그것을 죽음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렇게 내 삶이 허무하게 마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루 앞을 모르는 인생에겐 당연한 예측이었었지요
십수년 생명을 하혈하는 혈루증 환자인 저에게
주님이 찾아 오셨을때
그때 저는 비로서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삶이 있는가 하면
삶이 죽음으로 끝나는 인생도 있고
죽음에서 건짐을 받아 삶으로 들어가는 인생이 있더군요
초상집에서 배운것이 귀합니다
나름대로 처절한 죽음을 통해 참 삶을 얻은 뒤
그것은 한 쌍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죽음의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
자신의 무덤위치를 스스로 만드는 것
그래서 부활생명을 얻는 것
생명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외에 삶이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도 근심 가운데 있지만
그 근심이 저를 어쩌지 못합니다
저는 삶을 이렇게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