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7일(월)
내 해골
며칠 전 나는 내 해골을 봤다.
정확히는 두개골 상반부가 아니라
하반부를 본 것이다.
아래턱, 아래 이, 위턱, 위 이, 그리고 코언저리,
그걸 구성하고 있는 뼈다귀를 보았다.
독자들은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대충 눈치를 챘을 것이다.
지난 주말 치과에 갔었다.
어디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일반 진료를 받기 위한 거였다.
의사 선생님이 ‘우선 엑스레이 사진을 찍으시죠.’ 하는 거다.
나는 속으로 사진은 무슨 사진,
그냥 눈으로 봐도 충분할 텐데, 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사진을 찍은 뒤에 이제
별로 친근감을 느끼기 힘든 환자용 의자에 앉았다.
거기 비스듬하게 누워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작은 손전등 비슷한 걸로
직접 내 이를 촬영했다.
의자 등받이를 세우고 바로 앉자
눈앞에 모니터가 두 개 보였다.
왼편의 것은 먼저 사진촬영실에서 찍은 거고
오른편의 것은 의자에 누워 직접 찍은 거다.
그 두 개를 놓고 선생님은 뭐가 어떻고 하면서
자세하게 설명하셨다.
그때 처음 알았다.
이가 원래 한 조각이 아니라 몇 개의 조각이 합쳐진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넓은 이는 네 조각이,
어떤 건 세 조각이 뭉친 거다.
이를 직접 찍은 사진이야 거의 실제 사진처럼 나오니 문제가 없었지만
앞서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은 우스웠다.
그게 바로 내 해골(아랫 부분)이었다.
오래 된 무덤이 파헤쳐졌을 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희미하게 다른 조직도 보이긴 했지만
핵심은 뼈 조직이었다.
내가 죽어 화장을 하지 않고 매장을 한다면
아마 50년 쯤 후에는 저런 모습과 똑같이 변해있을 거다.
저런 모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재로 만들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내 이의 상태를 쭉 보신 선생님은
나이 등등의 상황을 감안해서 볼 때
100점 만점에 95점은 된다 하셨다.
내가 목사라서 점수를 너무 후하게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