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모르는 목사

 

목사가 하나님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목사가 하나님을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르거나 오해하고 있는 하나님을 매 주일 예배 때마다 전해야 하는 사람의 영적인 처지가 얼마나 궁색할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목사가 하나님을 모른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건 아주 흔한 일이다. 우선 마 15:14절이 전하고 있는 예수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을 보라. “그냥 두라. 그들은 맹인이 되어 맹인을 인도하는 자로다. 만일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면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리라.” 당시 종교 전문가인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위선에 대한 예수님의 경고다. 그들은 율법 전통에 대해서 나름으로 박식했지만 율법 정신에는 미숙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종교 정보에 매달린 채 그 정보가 가리키는 본질을 못 본 것이다. 이게 전문가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목사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나는 2000년 대 중반 4,5년 동안 대중적인 목사들의 설교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적지 않는 수의 목사들이 하나님을 모른 채 설교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여기서 특정한 목사를 거론하지 않고, 대부분의 목사들에게 해당되는 한 가지 주제만 언급하겠다. 부활이 그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죽음의 권세를 극복하고 죽은 지 삼일 만에 살아나셨으니, 우리도 그를 믿으면 부활 생명을 얻는다고 설교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성서가 전하는 부활이라는 사태 안으로 들어간 사람의 영적인 태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활의 주님이 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현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고, 부활이 왜 종말 생명의 선취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느낌이 없는 목사라고 한다면 부활 경험이 없는 목사라고 봐야 한다. 부활 경험이 없다는 건 하나님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신학적인 깊이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지성인이라고 한다면 부활 문제와 연관해서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 뭔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비드 고든 교수는 <우리 목사님은 왜 설교를 못할까>(최요한 역, 홍성사, 2012)에서 미국 교회에서 평범한 설교나마 할 수 있는 목사들이 30% 미만이라고 말했다. 훌륭한 설교자들이 없다는 게 아니라 평범한 설교자들이 태부족이라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평범한 설교는 최소한의 논리성이 확보된 설교다. 그의 말은 한국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앞뒤가 맞지도 않고, 내용의 흐름도 없는 상태에서 믿습니까?”라든지 “... 하기를 축복합니다.”와 같은 상투적인 멘트로 덧칠하는 설교가 대세를 이룬다. 그래도 신자들은 아멘으로 은혜를 받는 시늉을 한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기독교 영성이 조건반사의 법칙에 떨어졌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설교자와 회중들 모두 하나님 경험이 없어서, 또는 왜곡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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