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의 위험
산악인들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조난을 당해서 목숨을 잃는 이야기다. 내려오는 것도 올라가는 것 못지않게 힘들다는 의미다.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의 긴장감이 아무래도 떨어진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아닐는지. 올라갈 때 자칫 모든 체력을 소진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유사시의 대응능력도 떨어진다. 눈사태나 눈보라는 만나는 건 불가항력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겨우 목숨을 부지했으나 장애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나님 경험은 신비경험이다. 변화산 이야기에서 제자들은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와 함께 하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했다. 그들은 그 황홀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산 아래에서는 다른 제자들이 간질병 소년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게 인간의 현실이다. 황홀한 경험에서 고통의 현실로 내려올 때 영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 위험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내려올 때의 경우와 비교될 수 있다. 영적인 긴장감과 집중력과 현실감각 등이 유지되지 못하면 건강한 신앙생활은 불가능하다. 대표적으로는 사이비 이단 교주들이다. 박태선, 문선명을 비롯해서 내로라하는 교주들은 나름 종교적 체험이 깊은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종교 경험을 객관적으로 성찰하지 못하고 자기를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휩싸임으로써 종교적 퇴행의 길을 가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정통 교회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일어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