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4)
혼자서 자취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불편한 일은 먹는 문제다. 지금은 솔로를 위한 먹을거리들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것 같은데, 70년대와 80년대만 해도 별 게 없었다. 라면은 지금이나 그때나 솔로들에게 인기식품이다. 대구봉산교회 전도사로 내려온 직후 두세 달은 교회 근처의 하숙집에서 살았다. 연탄불로 난방을 하는 두 평정도 크기의 단칸방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했고, 반찬도 경상도 치고는 그 이전까지 서울에서만 살던 나에게도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다. 문제는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의 대부분이 하숙비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지금 내 기억으로는 사례비가 6만원 내외였는데, 하숙비가 4만원이었다. 나머지 2만원으로 헌금하고, 책도 사야하고, 교회 학생들에게 간식도 사주다 보니 생활이 말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하숙집을 나와서 교회당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 공간은 원래 담임 목사실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침대와 책상을 놓고 나면 움직일 공간이 전혀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숙비를 줄일 수 있었지만 먹는 게 문제였다. 재정 형편상 매식은 불가능했다. 교회 부엌에 가서 쌀을 씻어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서 대충 끼니를 때웠다. 아마 이런 처지를 눈여겨본 권사님들이 조금씩 반찬 등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열 달 정도 지내다가 서울로 올라가 누님 댁에 머물게 되어서 일단 자취는 면했다. 당시 불규칙한 식사를 하다가 대심방 때 닥치는 대로 먹다보니 급기야 견딜 수 없는 위 통증에 시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