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6)
몸이 죽어 없어진다는 것은, 또는 지구의 질료로 해체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영혼은 좀 다르다. 기독교는 죽음에 대해서 말할 때 몸은 죽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옳은가? 정말 몸은 죽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가? 영혼은 불멸하는가? 도대체 불멸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
인간을 몸과 영혼으로 분리해서 보는 성서적 근거는 많다. 한 군데만 예를 들겠다. 마 10:28절은 다음과 같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 이 구절을 표현된 그대로 본다면 다음과 같은 뜻이다. 이 세상의 권력자들은 우리의 몸을 죽일 수 있지만 영혼은 죽이지 못한다. 이와 달리 하나님은 우리의 몸과 영혼을 다 죽일 수 있다. 이 구절은 간접적으로 인간의 몸과 영혼이 분리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일단 이런 구절을 근거로 몸과 영혼의 이원론을 주장할 수 없다. 이 구절이 말하려는 것은 기독교인들이 이 세상 권력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로마제국의 무시무시한 권력에 의해서 박해를 받았다. 그 권력은 실제로 두려워할만하다.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마 권력은 사람의 영혼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영혼은 생명의 가장 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영혼이라는 게 손에 딱 잡히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