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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15)
나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당신은 죽어서 천국 갈 자신이 있는가? 앞의 질문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고, 뒤의 질문은 기독교인들에게 해당된다. 너무 평범한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그 무게는 아주 무겁다. 각자 인생 전체에 버금가는 무게다.
나는 죽음이 한편으로는 두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렵지 않다. 두려운 이유는 죽음이 처음으로 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과 비슷하다. 이런 표현은 너무 느슨하다. 죽음 앞에서 실제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비쳐보는 게 낫다. 내가 폐암 말기 환자라고 해보자. 그 고통은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할 것이다. 또는 강도가 오늘 밤에 내 방에 들어와 칼을 내 턱밑에 대고 죽인다고 말했다 하자. 그 순간에 나는 어떤 심정이겠는가. 죽음 앞에서 겪게 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죽음에 이르는 육체적인 고통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 사람들은 여러 반응을 보인다. 정신까지 황폐하게 되거나, 아니면 그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든지 말이다.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경우에는 죽음 앞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어떤 죽음이었든지 아직 살아있는 사람은 죽음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막상 눈앞에 죽음이 닥치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장담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