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자녀
고 옥한흠 목사님 장례식 때 인터넷에 실린 사진 한 장이 인상 깊다. 무덤 앞에서 가족들이 영정을 앞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믿기 힘든 말이지만 옥 목사님 모습이 들어간 가족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마지막으로 찍었다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하기로는 옥 목사님이 목회에 전념하느라 가족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목사 자녀들은 자라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렇다. 아마 장로 자녀들도 비슷할 것이다. 목사 자녀이기 때문에 교회생활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교인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교회에서는 목사지만 집에서는 아버지인 그 사람이 가정보다는 교회에 관심이 더 많은 걸 알게 되면서 반발심도 생긴다. 이런 자녀들의 입장을 목사가 미리 헤아릴 줄 알면 어려움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두 딸을 키운 나는 좋은 아버지가 못 됐다. 집에서도 목사처럼 굴었으니까 말이다. 아이들과 밥을 먹으면서도 설교 비슷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소피의 세계>가 어떻고, 톨스토이 동화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많이 놀아주지 못했다.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모처럼 가족 여행을 갔는데, 광주 ‘5.18 민주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 딸들은 아버지 덕분으로 의식화가 많이 되었다. 문제는 친구처럼 살가운 아빠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목회에 전념했다는 말은 아니다. 아이들이 교회생활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그런 부분에서는 느슨하게 대처했다. 지금도 딸들의 신앙생활은 시원치 않다. 나이가 더 들면 본인들이 알아서 잘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신앙생활에 대하여 시원하다 시원치않다의
표현은 너무 작위적인 생각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