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내린 눈이 밤새도록 쌓였고
오늘도 오락가락하면서 내렸습니다.
눈다운 눈이 내린 건 금년 들어 처음이네요.
어린시절을 생각하면서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못생겼지요?
일단 오래가라고 그늘에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눈을 굴리는 건 그런대로 했는데,
덩어리 하나를 위로 올릴 때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혼자 끙끙대면 올렸지요.
모자라도 씌어줘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두었습니다.
불쌍한 저녁!
아래는 눈사람을 만든 흔적입니다.
우리집 마당이요.
잔디가 좀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이게 추상화처럼 보일 겁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지구에서 눈을 볼 수 있을까요?
아래 흔적이 무언지 궁금하실 겁니다.
매일 이른 아침에 우리집에 출근하는
고양이 발자국입니다.
이른 아침만이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올라와서
집 한 바퀴 돌고
밥그릇 앞에서 좀 기다리다가
소식이 없으면 다시 내려갑니다.
아주 운이 좋으면 생선 반찬 남은 거를
낮시간이나 밤시간에 얻어걸릴 수 있는 거지요.
며칠 전에는 작은 쥐 한 마리를 잡아서
마당 한 가운데 놓고 먹다 말았더군요.
배가 불러 그랬을까요?
뒤치닥거리는 다 내 몫입니다.
비탈길이라서 눈을 쓸어야 하는데
오늘 사람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좁은 길만 냈고 힘들어서 그만 두었습니다.
아래는 한겨울에서 푸른빛을 잃지 않는 대나무입니다.
눈 온 날이가 대나무 운치가 괜찮지요?
언덕 아래서 올라오면서 눈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장면입니다.
집 둘레에 온통 대나무입니다.
겨울의 삭막한 분위기를 막아주네요.
한살을 더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살아있는 게 더 진하게 꿈처럼 느껴지는군요.
한살을 더 먹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요즘 함께 읽고 있는 책 두권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네요.
<생명, 최초의 30억년>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런데다가 늘 2천년 전 성경을 대하고 있으니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겠지요? ㅎㅎ
오늘도 하루종일 고전 13장과 씨름했습니다.
눈사람 만드는 시간을 제외하고요.
눈 온 날 밤이라 더 조용하네요.
주님의 평화가...
아이들이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해 같이 보곤하는데
어느날인가 은혜를 갚는 길고양이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새끼를 여럿 낳은 길고양이가 굶주림에서 도와준 아주머니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쥐를 물어다 주는데 아주머니가 기겁을 하자
목장갑을 인근 공사장에서 물어다 줍니다. 그것도 수십 켤레나...
요긴하게 쓰는 모습을 봤기 때문일 겁니다. 목사님 글을 읽다가
혹시 먹을 것을 나누려는 마음에 쥐를 놓고간 것은 아닐까 싶어서요 ㅎㅎ
올해는 서울에도 눈이 참 드뭅니다. 겨울에는 눈 결정사진을 담는 것이
취미인데... 아직 제대로 된 녀석을 만나지 못했거든요. 눈 결정을 볼때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얼마나 신비로운지 실감하게 됩니다. 참 신비로
가득한 지구별인 것 같습니다 ^^
너무 재밌는 글입니다. 혼자서 킥킥대고 웃었어요..
혼자서 저리큰 눈사람 만드신것도.. 아이처럼 순수하시고..
동작 하나하나를 글로 그대로 표현하신것도 직접 눈으로 보는것 같아 실감나기도 하구요.
이쪽지방도 지난주 금요일부터 내린 눈때문에 교회까지 못갈정도로 많이 왔었어요.
저도 작은 눈사람 만들었는데.. 여기에 어떻게 올리는지 잘 몰라서 못 올리겠네요.
맘같아선 큰 눈사람 만들고 싶었는데.. 보통 힘든작업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목사님이 좀 힘드셨겠다 싶어서.. 허리 괜챦으신지? ㅎ
하얀눈위의 푸른대나무숲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