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5일
생명, 최초의 30억년(3)
이처럼 생물의 역사를 긴 안목으로 바라볼 때 생명의 초기 역사를 관통하는 대주제가 떠오른다. 생명은 갓 태어난 지구 위에서 진행되었던 물리적 과정으로 탄생했다. 이와 똑같은 과정-지각변동, 해양변화, 대기변화-은 지구의 표면을 만들고 재구성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생명을 키워냈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이 불어나고 다양해져 그 자체로도 지구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었을 때, 생명은 지각변동, 그리고 대기와 해양의 변화를 이끄는 물리화학적 힘과 결합했다. 지구를 규정하는 한 가지- 아니, 결정적인- 특징인 생명의 출현은 내게 너무나도 경이로운 사실로 다가온다. 이런 일이 광대한 우주에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볼 때마다 이런 물음을 던진다. 옛 사람들의 창조 이야기에는 경외와 겸손이 깃들어 있다. 과학 쪽 창조 이야기에도 이 둘이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17쪽).
지구의 생명현상은 총체적이다. 그걸 놀은 지각, 해양, 대기로 인한 지구 표면의 변화로 본다. 그 표면에 인간을 비롯한 온갖 생명체가 기대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의 과학자는 이렇게 말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말로 생명현상의 모든 것이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 모든 과학적 분석과 종합으로도 다 해명이 안 되는 단락들이 생명 현상 역사에는 수없이 많다.
성경이 제시하는 대답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단순히 성경 문자나 어떤 소리가 아니라 과학으로 해명이 안 되는 그 생명 현상의 심연에서 작동되는 힘을 가리킨다. 어쨌든지 창조 전승을 말하던 사람들의 경외와 겸손이 오늘의 과학자들에게도 역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놀의 주장은 옳다. 이런 차원에서 신학과 과학은 도반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