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매너리즘

Views 1677 Votes 0 2016.07.27 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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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매너리즘

 

한국교회 예배에서 볼 수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대표기도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주일대예배에서는 주로 장로들이 대표로 기도한다. 기도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대체로는 별로 기대할 게 없다. 자신이 주워들었던 온갖 아름다운 종교 언어를 다 동원해서 자신의 기도가 진정성이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려고 한다. 역겹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성 소수자들을 비판하는 기도, 정치적으로 반대 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기도, 타종교를 비판하거나 친미 사대주의를 부추기는 기도도 적지 않다.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너무 뻔한 말을 늘어놓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도 냉소주의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는 게 바로 기도 매너리즘이다.

왜 이런 일들이 한국교회에 만연한가?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게 바로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그런 수준의 신앙이니 그런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신앙의 본질에 대한 오해가 놓여 있다. 기도를 비롯해서 다른 종교 행위가 다 포함되는 것인데, 한국교회 신자들은 신앙을 거의 일방적으로 종교적 열정으로만 여긴다. 자신이 하루에 몇 시간을 기도했는지, 헌금을 얼마나 드렸는지, 성경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기도와 헌금과 성경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하나님에 대한 관심은 없고, 하나님을 열정적으로 섬기는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이런 신앙 행태가 용납되는 게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이 있는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교단이나 총회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접어두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만 말하면 두 가지다. 하나는 소극적인 것으로서 일단 쓰레기 같은 기도가 남발되는 곳에는 가능한 발을 디디지 않는 게 좋다. 그런 기도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그 기도를 따라가게 된다. ‘빈자리를 채워 주소서.’가 무슨 기도인가.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것으로서 좋은 기도문을 읽고 외우는 것이다. 어거스틴의 기도문을 읽으면 기도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신앙의 차원도 달라질 것이다. 한국교회의 개혁은 기도의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Lucia

2016.07.28 01:06:18

대표기도를 들을때마다
좀 교육을 시켜서 강단에 올리지...
개인기도를 하는데 못들어 주겠어요
막 점심에 바빔밥을 시켜먹고
묵상에 들어왔는데 어거스틴 기도문
말씀하셔서 찿아 읽어봅니다
배불러 죽겠는데 이런 기도도 있네요
"음식을 먹을때에 욕망이 사라지게 하시고
절제하게 하소서
당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절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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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6.07.28 12:51:57

루치아님. 한참 웃었어요.^^

어거스틴의 기도에 저런 내용이 있었군요.

아이꼬.. 밥 먹을 때마다 저 기도 생각나면 어쩌죠?^^

생각나도 전 걍~ 무시하고 열심히 먹을랍니다.

이 무더위에는 입맛 돋는 거라면 뭐든지 먹어둬야 하거든요. ㅎ

staytrue

2016.07.28 19:55:25

우와 ~ 먹기위해 운동하는 한사람으로써
뜨끔했내요 ㅋㅋ
오늘 점심도 밥먹는데 컵라면이 보여서
국삼아 옆에 끓여놓고 먹는데
옆애서 누군가 비빔컵라면을 먹기에
밥먹고 입가심으로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쏘시지랑 주전벌이 달달한 믹스커피와 빵 ...
하아 ...
주여 ... 절제 .. 오늘 저녁 절제 ... 90키로 목표로 절제 .. 아멘 ...

Lucia

2016.07.28 21:14:58

주제를 이탈하여 먹는 얘기군요..^^
절제는 해야 되는데..주여!! 도와주소서.
근데 키가 엄청 크신가요?
목표 키로가 그거면요~
제남편 ,아들이 70정도인데..
남자가 빵 달달한거 찿으면 어떡해요
아줌마들이 좋아하는거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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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회색늑대

2016.07.28 04:35:40

오늘 이 이야기를 골자로, 우리가 같은 차원에 살면서 차원이 다른 기도를 하려면, 우선 그 차원을 바르게 살아내는 뚝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기를 잘 사는게 하나님의 나라를 잘 사는거잖아요.

이걸 반대로 오늘 이야기 속에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받아지질 않는, 버려질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지금 여기를 전혀 살지 못하는 다른 차원에 기도를 하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흔히들 사고가 공유되지 않을때 그 사람을 가리켜 3차원이라고 하잖아요. ㅠㅠ 이거 참 웃픈이야기군요.

목사님 기도문 '매일 기도하라' 잘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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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회색늑대

2016.07.28 04:37:35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차원이 다른 기도보다 지금 이 차원을 살아내는 기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주안

2016.07.28 07:10:28

슬픈 현실이죠.

예수님 시대 바리새인이나 서기관들 처럼

자신을 자랑거리로 생각하니요.

장로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목사들도 마찬가지니

일반 신자들은 제대로 배울 데가 없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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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6.07.28 18:35:27

예전에 목사님께서 "난 기도에 자신이 없다(?)"고 하신적이 있으셨어요.

저도 기도에는 완전 젬병이라 목사님 말씀에 위로는 삼았지만,

사실, 목사님께서 자신 없다는 말씀과 제가 기도에 젬병인것은

천양지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자기의 '모든 것'이 투영되는것이라 여겨집니다.

너희가 나를 무엇이라 하느냐의 예수님 말씀처럼요.

기도가 두렵고 떨리는 이유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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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7.28 21:50:23

대글이 다 생생하게 살아있네요.

교회에서도 이런 정도의 분위기로 대화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루치아 님을 한번 직접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꾸밈없이 말을 하고 신앙적인 진정성도 분명하고,

어떤 분인지 궁금하군요.

한국과 완전히 반대 쪽에 살고 계시니,

그것도 생업에 나름으로 바쁜 거 같으시니 

죽기 전에 한번 뵐라나 모르겠네요.

Lucia

2016.07.28 21:56:43

네.. 목사님~
겨울에 가면 대구에 가고 싶어요
거기에 세째고모가 사셔요
뵈러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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