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93)

조회 수 955 추천 수 0 2018.09.27 21:09:26

(193)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나는 영화를 보듯이 대하곤 한다. 영화는 슬픈 내용도 재미있고, 기쁜 내용도 재미있다. 오래 전에 로마에 가본 적이 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2천 년 전 로마의 역사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감시를 피해 집회 장소로 사용했던 지하묘지 카타콤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신앙을 통해서 죽음마저 극복한 그들의 원초적 믿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느낌으로 나는 지금의 내 삶을 받아들인다.

지금의 내 삶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한다는 것은 현재를 과민하지 않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다른 별에서 지구라는 별로 놀러왔다고 생각해보자. 어린왕자를 염두에 둬도 된다.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확실한 사람은 자기가 원래 살던 곳의 가치체계와 고정관념에 묶이지 않는다. 연봉을 과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집값 상승으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연봉과 집이 삶에서 필요하기는 하되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슬방울 맺힌 거미줄과 1억 원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거미줄을 선택한다. 이런 선택은 신앙과 철학에 대한 수준이 대단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게 아니다. 오늘 밤에 죽는다면 누구나 거미줄을 선택하지 않겠는가.

목사로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는 안디옥과 빌립보와 데살로니가에서 예수의 복음을 전한 바울의 이야기를 사도행전에서 읽듯이 내 목회를 대한다. 바울의 선교활동이 재미있는 드라마처럼 다가오듯이 나의 목회활동도 재미있게 여긴다. 기분 좋은 일들도 일어나고 언짢은 일들도 일어나겠으나 모든 것들이 지나갈 터이니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내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재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되 최선은 다한다. 이럴 때 정말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자신의 목회 업적에 사로잡히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살피고 거기에 순종할 수 있지 않겠는가. 힘을 빼고 인생을 대하듯이, 힘을 빼고 목회를 하려고 한다. 죽음의 순간이 곧 닥친다는 사실이 명료해질수록 일종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영성에 가까이 가게 마련이다. 쉽지는 않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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