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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후
이제 시나브로 글을 마쳐야겠다. 한 가지 주제가 남아있다. 죽음이다. 죽음에 대해서 나는 이미 『목사 공부』에서 어느 정도 내 생각을 피력했다. 그 내용과 상관없이 여기서는 좀더 직접적으로, 그리고 좀더 실존적으로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죽음 문제를 다루지 않고 구원에 대한 글을 마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앞에서 죽음 문제를 전혀 말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른 주제에 곁들여지는 정도로만 언급했으니, 이제 나의 구원과 연관해서 이 문제를 직접 짚어야겠다.
나는 죽으면 무(無)가 될 것이다. 나에게 남는 건 하나도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몸은 소립자로 완전히 해체될 것이다. 내 몸만 없어지고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몸이 없으면 영혼도 없다. 나는 죽은 뒤에 혼령으로 존재하고 싶지 않다. 이런 말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물론 없다. 흔한 말로 모든 것은 죽어봐야 한다. 아무도 죽어본 사람이 없으니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우리가 많이 봤기에 죽은 사람의 몸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는 안다. 다만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죽음과 더불어서 몸으로부터 분리되는지, 몸과 함께 사라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고 제한적으로만 안다. 그러니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평생 공부한 성경의 가르침과 약간 아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그리고의 지난 세월을 거치면서 경험한 것에 근거해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가장 분명한 것은 죽음으로 인해서 내가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그게 궁극적인 해방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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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함께 사라지는 아무도 모른다(사라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