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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하나는 생명에 대한 고정된 생각을 극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여기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은 선후가 있거나 분리된 게 아니다. 서로 긴밀히 변증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동시적이면서 양면적이다. 고정된 생각을 넘어서야만 하나님 경험이 가능하고, 하나님 경험이 있어야만 고정된 생각을 넘어설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분명히 살아있다. 숨을 쉬고 영양을 공급받으며, 다른 대상들을 시간과 공간에서 느끼면서 함께 살아간다. 이런 생명 현상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이것으로 생명이 무엇인지가 다 드러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생명은 미래로 열려있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게 없다. 앞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진화할는지 아무도 단정적으로 내다볼 수 없다. 하나님이 때가 되면 생명을 완성하실 것이라는 사실만 믿는다. 생명 완성의 순간을 우리는 종말이라고 말한다. 그것의 신화적 표현이 예수 재림이다.

하나님만이 생명을 완성하신다는 믿음은 지금 여기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데서 현실이 된다. 하나님 경험은 존재의 빛에 사로잡힘으로써 거룩한 두려움에 휩싸이는 것이다. 존재의 빛은 창조의 빛이기도 하고, 사랑의 빛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생명 현상과 종의 다양성, 우주의 광대한 크기와 아득한 시간, 영원과 순간의 비밀스러운 결합 등에서 우리는 그런 빛을, 또는 어둠을 느낀다. 이런 느낌을 아는 사람은 현재 자기의 삶을 초월하게 된다. 이런 초월이 바로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것이다. 요한복음의 표현에 따르면 예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생명을 얻을 것이며, 살아서는 영생을 얻는다.

이러한 전체 과정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바로 하나님이 ‘나를 의롭다.’는 고백이 나온다. 구원이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됨으로써 하나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목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신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아듣게 전하는 것이라고, 아니 자신이 우선 그 사실에 충실히 살아가는 본을 보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