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사도신경 후반부에 나오는 "거룩한 공회를 믿는다"는 말의 뜻을
초신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아주 삼빡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요?
지척에 계시면 예수님 앞에 달려간 청년처럼 저도 당장에 달려가서
목사님 무릎 아래 꿇어앉아서 한 수 배우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허접한 글들이 너무 많아서 믿을 수 없기에
멀리서 이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간절히 두손 모아 목사님께 여쭈어 봅니다.
(재차질문)
정용섭 목사님!
읽어봤는데 제 머리가 아둔한지 아직 필이 팍 안 꽂히네요.
위에서 부탁한대로 좀 더 쉽게 요약으로다가 설명해 주실 수 없을까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다시 한 번 두 손 모아 정중하게 요청하옵나이다~
목사님이시여~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모르는 거는,
그리고 이해가 잘 안 되는 거는
그냥 넘어가는 게 최선입니다.
그게 책읽기의 요령이랍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확실하게 알고 넘어가려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도 하고
그건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거지요. ㅎㅎ
사실 갈매기 님의 질문에 제가 답할 자신도 좀 없어서요.
거룩한 공회는 교회의 보편성을 가리키는데요.
개교회만이 아니라 전체를 교회로 보는 겁니다.
그건 그렇고요.
핵심은 교회를 믿는다는 말이잖아요.
교회를 믿을 수는 없지요.
교회의 머리를 믿어야 합니다.
예수님이니까요.
그러나 교회는 지체로 구성되었어요.
그 지체는 신자들이지요.
그들을 믿을 수는 없어요.
다만 지체가 머리와 연결되었다는 것을 전제할 때,
그리고 교회가 성령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전제할 때
믿음의 대상이 되는 겁니다.
교회 자체를 믿는 게 아니라
교회가 순종해야 할 그리스도를 믿는 거구요.
교회를 가능하게 하는 성령을 믿는다는 거에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회라는 표현입니다.
앞에서 말한 교회의 보편성이지요.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서
공회가 무슨 뜻인지 가슴에 와 닿지가 않을 겁니다.
그냥 '전체 교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스도의 몸, 하나님의 백성, 성령의 피조물인
전체 교회는 우리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한데 여기까지만 하지요.
배움의 영성도 은총입니다.
갈매기 님은 은충의 사람이군요.
교회의 보편성이 전체로서 교회를 뜻한다면
이미 2000년전 초대교회 때 그리스도를 믿고 죽은 신앙의 선배들까지 포함하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교파와 교단을 초월한 오늘의 모든 크리스천들도 그들과 연결돼 있는 지체로서 교회를 가리키는 뜻인지요? 그렇다면 기독교인으로서 그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알았을 때 신앙적으로 어떤 유익이 있으며 모랐을 때 어떤 점에서 신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지 알고 싶습니다.
바쁘신데도 일일이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꾸벅
갈매기 님의 글을 읽으니
뭔가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거룩한 부담감이 생기네요. ㅎㅎ
오늘은 수요 공부도 하고
다른 작업도 하고 해서
질문한 내용을 설명한 에너지가 다 떨어졌어요.
대신 오래 전 인터넷으로 강의한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 해설에서
그 대목을 링크할 테니 읽어보세요.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이며 기독교적인 하나의 교회'를
믿음의 대상으로 한다는 말인데,
교부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따라가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일단 읽어보세요.
http://dabia.net/xe/?mid=berg&page=2&document_srl=8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