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진주댁 이야기

인도의 길 조회 수 609 추천 수 0 2022.03.27 07:43:12

진주에 3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두 아이들을 키우던 여인이 있었다.


여인숙을 운영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차 

인도에 삼성전자 엘지 전자 공사현장으로 가는 공사감독을 만났다

함바를 운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1997년 운영하던 여관을 정리하고 인도로 왔다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어야 하는 식자재 인프라

영어라고는 예스/노 만 아는 언어의 장벽, 맨땅에 헤딩 다름 아니었다.


현장 소장의 도움이 컸다

벌판 가운데 세워진 단독주택을 세내어 함바 겸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


근근이 유지하던 차 그 잔혹한 IMF가 터질 즈음이었다

가져온 돈이 바닥이 났다

간주날(식사대금 결산일)은 아직도 보름이나 더 남았다

아득해졌다.


고민 끝에 대사관 영사과를 찾았다

여성 영사와 함께 근무하던 김실장이 실무자로 있었다

그냥 통곡이 나왔다

한참을 운 후에 답답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순간 김실장은 고령 성산 공장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3교대 하는 40여명 직원들의 삼시 세끼에 더하여 

새참을 해주며 아들위해 새벽기도로 치성을 드리는 어머니.


얼마가 필요하시냐고 물었다

27천루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실장 봉급의 과반이 넘는 액수였다

지닌 돈이 없어 시내에 있는 대사관 거래 은행인 동경은행으로 갔다. 

월말이 되자 진주댁은 칼같이 

과일바구니와 돈을 가지고 대사관을 찾아왔다.


그로부터 몇 개월 흐른 후 몇 안되는 교민사회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공사장 인부들을 상대로 진주댁이 색시장사를 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인도의 경찰은 북한의 5호 담당제와 같은 체제를 가지고 있다

평소에는 허술해 보여도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인력 CCTV(방물장수, 채소장수, 가정부, 청소부, 거지들)을 

가동하여 초동수사를 시작한다.

이들의 인권? 없다

경찰서에 불러놓고 대막대기로 무자비하게 

몇 대만 때리면 잊었던 기억도 되살려 털어놓는다.


만약 떠도는 매음 소문이 사실이고 

인도 경찰이 알려지게 되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사현장, 정착 초기에 있는 교민사회에 끼칠 악영향이 불 보듯 환했다.


담당 영사와 김실장은 그럴 리 없다 여기면서도 

사실 파악을 위해 진주댁 식당을 방문했다

어렵사리 꺼낸 이야기에 진주댁은 펄쩍 뛰었다

자신이 무슨 주변이 있어 그런 일을 하냐고.


그런 의심이 미안했던 담당영사는 지니고 있던 얼마의 돈을 진주댁에 주었다.

후일 여담이지만 이 영사는 인도를 떠날 때 

거리의 거지들에게 동전으로 바꾸어 나눠주라며 3백루피를 주고 갔다.

처음 와서 동냥을 주었다가 떼거리로 몰려드는 바람에 혼이 나서 

그동안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였다.


튀니지 대사를 마지막으로 퇴직한 따스한 마음을 가졌던 

여자 영사와 함께한 3년은 축복이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진주댁은 아들과 딸을 대학에 보냈다. 

아들의 사업자금을 대주고 

의대를 졸업한 딸에게는 병원을 차려 주었다.


그 과정 가운데 위암으로 몇 차례의 수술을 했다

병이 호전될때마다 다시 돌아와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했다

그러다가 2018년 별세했다

일평생 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난 진주댁

고생 끝에 낙이라는 호사가 있을 법도 하련만 

진주댁의 운명에는 없었던 것 같다.


8평 정도의 좁은 사무실 공간

초기 교민들의 민원을 보며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연들중에 하나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2.03.27 20:10:18
*.137.91.137

김 실장 님 주변에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사신 분들이 많군요.

진주댁 이야기로 드라마를 찍으면 대박이 날 듯합니다.

짧게 풀어낸 그분의 서사를 통해서 

저의 상상력이 자극받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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