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혁 선교사가 들려주는 인도 이야기
오랜 인도생활이 저에게 가져다 준 많은 것 중
하나가 어떤 인도인의 이름을 들어도 그렇게 낯설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인도는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합니다. 이제는 사람 얼굴을 보면 출신
지역이 짐작이 되고 그 사람의 이름을 들으면 출신성분이 짐작이 될 정도가 되었으니 인도인이라 불릴만도 합니다.
이름이라고 하니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이 납니다. 이름 모를 꽃이 이름을 통해 의미를 갖고 나란 존재, 너란 존재가 이름을 통하여 관계를 맺으며 나아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픈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그 시. 오래 전 그 오래 전 까까머리 중딩 시절 단발머리 눈 큰 소녀에게 반해서 그 소녀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외웠던 그 시가 이름을 이야기하니까 문득 떠오릅니다. 남편의 지난 추억에 질투하지 않는 아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다시 아부성 발언- 저의 글은 반드시 아내의 검열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아부의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공처가 저의 현실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한 사람이 갖는 이름은 그 사회 구성원, 특히 가족들의 기대와 여망을 표현합니다. 다음주로 백일을 맞는 디모데선교사의 아들 봉원철이는 성과 향렬자 원자를 빼면 밝을 철자가 오직 자기 이름입니다. 할아버지가 봉씨 가문의 장손이 태어난 것을 엄청 기뻐하시며 갓난 아기가 이 시대의 어두움을 밝히는 인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여 지은 이름입니다. 우유를 갈면서 자꾸 설사를 해서 젊은 아빠 엄마의 마음을 마냥 초조하게 하며 엄마의 눈물 샘이 마를 날 없게 합니다. 허나 이 아기가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를 이기고 건강하게 자라 어두운 인도와 세상을 밝히는 빛으로 자랄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에게 거는 기대와 소망이 아직도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기 앞에서 검은색 흰색 모형을 번갈아 가며 보이는 아빠나 이야기책을 손에 들고 열심히 읽어주는 엄마가 다정히 `원철아~~~'하고 부를때마다 피어나는 것을 봅니다.
사람이나 언어만큼이나 많은 인도인의 이름에 담긴 그들의 창조성, 창의력이 놀랍습니다. 물론 세계 어느곳에서나 공통적인 꽃이름을 따르거나 신화속의 영웅들의 이름을 따라 지은 이름들이 많습니다.그래서 인도의 2대서사문학인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를 읽고나면 힌두 이름들의 의미의 반은 알게 된다고 합니다.
북동쪽의 모계사회 카시족출신인 딸랑자매의 이야기를 빌면 교육받지 못했던 이 지역 사람들은 선교사들이 사용하는 영어가 너무나 신기해서 영어 단어 그 자체를 이름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지금도 아저씨 아주머니들 중에는 전기씨(Mr. Electric), 달빛양(Ms. Moonlight), 립스틱양(Ms. Lipstick), 화장실씨(Mr. Toilet), 비트윈양(Ms. Between) 이나 심지어 감사합니다씨(Mr. Thank You)라고 영어식 이름을 가진이가 많다고 합니다. 일찍이 기독교가 전파되었던 남인도에는 성경이름인 Matthew, Maria 의 인도화된 이름인 마태나, 마리아쿠띠 등 의 인도화한 이름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세상의 다른 아기들 처럼 인도 아기들도 태어나면 그 사회의 전통과 문화에 따른 이름을 갖게 됩니다. 숫자 `3'과 `6'에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북동쪽의 산악 부족인 아오 나가족은 아이가 태어난지 3일이 되면 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가 이름을 짓기위해 찾아옵니다. 여자면 암탉을 잡고 사내면 수탉을 잡아 희생제로 드린 후 할아버지는 대나무 바늘로 아기의 귀에 구멍을 뚫습니다. 노인이 생각한 아기의 이름은 부모의 동의를 거쳐 이 날 이후로 아기의 이름이 됩니다.
인도 인구 85%를 차지하고 있다는 힌두의 일생을 거쳐가는 12가지 규례중 하나인 이름짓은 예식은 '나마 까라나'라고 합니다. '나마'는 이름이고 '까라나'는 '짓다'는 뜻입니다. 이름은 힌두의 삶에 있어서 한 아이의 이름은 운명을 결정짓는 것입니다. 출산후 10일 또는 12일째 아이와 산모는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브라만 제사장과 일가친척을 모신 후 이름짓는 예식이 거행됩니다.
옛날에는 아이에게 네개의 이름, 즉 태어났을때 위치한 별자리를 따라 주어지는 이름, 월마다 특정한 신과 연계된 힌두력에 의해 주어지는 이름, 가문 또는 가족이 섬기는 신에 따른 이름과 그리고 맨나중에 아이의 늘 불려지는 이름이 주어집니다. 이 이름은 다섯가지 법칙에 의해 지어집니다. 첫째,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야 하며, 둘째, 특정한 숫자의 음절과 모음을 가져야 하며, 셋째, 이름만 듣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넷째, 명성, 부와 권력의 상징이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카스트를 암시해야 합니다. 즉 브라만 아이는 브라만의 직무에 맞는 이름을 가져야 하고 크샤트리아 아이는 힘을 암시하는 이름을 가져야 하며 바이샤는 부를 수드라는 봉사를 의미하는 이름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이렇게 거창하게 정식적으로 명명식을 거행하는 가정은 드뭅니다. 힌두이기 때문에 1947년 정든 산천 파키스탄령 펀잡을 떠나 인도에 정착한 우리집 주인만 하더라도 손녀딸 '빨라비' 명명식때는 친족들과 인근 동리사람들을 모아놓고 간단하게 잔치를 벌였습니다. 이름도 네개를 주지 않고 별자리 따라 짓는 이름과 늘 집에서 부르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이런 이름짓는 방법은 인도 영화제목을 만드는데도 적용됩니다. 수천 수억을 투자하여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들을 출시하면서 영화감독이나 제작진들은 정말 이 영화가 블럭벅스터가 되기를 기대하고 또 기대합니다. 그 여망을 모아지는 곳이 바로 영화제목 명명식입니다. 거액을 약속받고 초대된 제사장은 언제 영화를 출시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일시가 정해지면 그때의 별자리의 이름의 첫글자를 따서 거기에 따라 영화의 이름을 짓습니다. 그 복잡한 것은 알면 더 머리 아프니 생략하겠습니다. 그저 그런 것 있다고만 알고 춤추고 노래하는 영화를 보면 좋습니다.
성과 돌림자를 빼면 저의 이름의 의미는
`빛나다'입니다. 붉은 적자 두 개 모였으니 타올라도 보통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것입니다. 저의 크리스챤명은 `마틴'입니다.
인도선교를 하다가 1812년 31세의 나이로 요절한 헨리 마틴의 그 열정적인 생애를 본받으라고 선교사로 나올 때 받은 이름이죠.
이름 값만 제대로 해도 하나님의 칭찬을 받을 좋은 이름입니다.
조상들의 하나님의 이름을 알고자 했던 모세는 시내산에서 `물에서 건진 자'라는 의미를 가진 자기 이름을 `모세야'라고 부르시는 `스스로 계신이'(I am what I am)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물에서 건져낸 바된 모세는 노예 백성 이스라엘을 바로의 손에서 건져내는 구원자로 쓰임을 받았습니다. 80여년을 묵묵히 온유와 겸손으로 법 없는 노예 백성들을 이방인들 가운데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거룩한 백성, 제사장 나라로 세우는 일에 헌신하였습니다. 이 지속된 섬김의 삶의 원천은 보이지 않으셨지만 살아계신 하나님을 늘 만나는 교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부르셨고 모세는 간고의 때의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짖었습니다. 구주요 사함 받은 죄인으로서 창조주와 피조물로서 만나는 관계속에서 하나님은 그 뜻하신 바를 모세를 통해 다 이루실 수 있었습니다.
몬순이 제법 늦어져 늦더위에 쉽사리 지치는 요즈음, 잦은 정전으로 잠을 자는 듯 마는 듯하고 다시 출근하여 격무에 시달리는 나날 속에 그래도 제가 주어진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저의 이름을 날마다 불러 주시는 주님의 음성이 있기 때문입니다.(2002.7.13)
인도를 알아가자는 시도로 끄적거렸던 글들이라
무게도 없고 생각할 거리도 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 호텔지배인들의 칵테일 모임에 갔었습니다.
받아든 명함을 보니
메이든 호텔 지배인은 라자스탄 무사왕족계급인 파르마르이고
히말라야 우타라칸주 관광부직원도 무사왕족계급인 짠드이군요
관광공사 사장이자 옆동네에 플랙스쿠션 코트 두개를 보유한 라이씨는 펀잡지방 지주출신이구요.
두바이오면 꼭 놀러오라는 두바이 관광공사 대표 쿨완트싱도 당연히 펀잡출신이죠.
래디슨 호텔 지배인 알리씨나 뭄바이에서 관광회사를 경영하는
무함마드 익발 물라씨는 무슬림이어서 할 말이 많았습니다.
여러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니 사회학 한것이 무척 도움이 되더군요.
다음에는 인도 결혼광고에 이야기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사땨 님!
인도에서는 아기 이름 명명식을 그렇게 거하게 하는군요.
미국에선 아기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이름을 정해야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답니다.
왜냐하면 출생신고와 함께 사회보장번호--이건 주민등록번호와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평생 좇아 다니는 아주아주 중요한--가 주어지기 때문에
아기가 첫 울음을 울면 이름과 함께 병원에서 신고를 하게 된다는군요.
한글 이름과 영어 이름을 동시에 넣게 되는
우리 2 세 3 세 아이들 이름도 두 개는 기본이지만
부부 중 한국인이 아닌 타인종이 있는 경우 좀 더 복잡해지더군요.
빛날 "혁"! 좋습니다. 환하게 빛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멍석을 깔아주신 분들의 성의를 봐서라도
한판 굿 제대로 신명나게 펼쳐야 한다는 부담이 늘 마음에 깔려 있습니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런 생각이 저를 무겁게 하는 것을 알고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고자 방향을 잡고 나니
좌충우돌 논지도 없는 글 그냥 올릴 용기가 생겼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양력 1월11일생, 음력으로 동짓달인 저의 딸이 태어났을때
손녀의 이름을 외조부님이 지어오셨는데
용의해에 태어 났다고 용녀라고 하자고 하시더군요.
당연히 성서스럽지 않다고 퇴짜맞았지요.
대신 하나님의 은혜를 늘 기억하라고 은혜가 낙첨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속했던 단체에서는 담임목사님이 아기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축복으로 받았지요.
성탄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이 말씀의 영향으로 주어진 것 같기도 하구요.
마틴 선교사님의 글을 읽으니
인도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군요.
건강하시지요?
저희 교회 마틴 목사께서는 목에 조그만 혹이 생겨
곧 제거 수술을 받으셔야 하고 지금은 가급적 말하는 횟수를 줄이고 계십니다.
말로 먹고 사는 이가 말을 하는 데 지장이 생겼으니...
읽다보니 참 재미있네요.
특히 영어식 이름 말이예요.
화장실 씨와 감사합니다 씨가 제일 인상적입니다 ㅎㅎㅎ.
여전히 카스트 제도에 얽매어 있는 현실은 다소 안타깝군요.
영국도 형식적이나마 신분이 있는데
나자마자 왕족과 귀족 혜택과 대우를 받는 이들
그리고 나자마자 밑바닥 생활로 내던져지는 이들...
선교사님 글로 인하여 다비아가 한층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