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8주기

조회 수 1441 추천 수 0 2017.05.23 21:01:01

523,

노무현 8주기

 

오늘이 고 노무현 대통령 8주기다. 봉하에서는 오후 2시에 추도식이 열렸다. 최근 방문객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전부터 하루 종일 참배와 추도식 참가 차 다녀갔다. 나는 봉하에 딱 한번 오래 전에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서너 번이라도 갔을 텐데, 워낙 게으른 사람이라 그렇게 되었다. 금년에는 어쨌든지 한번 다녀올 생각이다. 시원한 가을에 소풍 삼아서.

금년에는 노무현과 함께 청와대에서 오래 생활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탓에 노무현 8주기가 더 주목받는다. 노무현은 자신이 문재인의 친구라는 사실을 자랑스레 여겼다. 아마 대통령 선거 즈음에 한 말로 기억한다. ‘사람들이 나보고 대통령 깜이 되냐고 묻던데, 그렇다. 대통령 깜이 된다. 사람을 판단할 때 주변 친구를 보라고 했다. 나는 문재인의 친구이니 대통령 깜이 된다.’ 정확한 워딩은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뜻이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성격적으로 크게 다르다. 한쪽이 불이라면 다른 한쪽은 물이다. 노무현은 생각과 말이 함께 나가는 사람이지만, 문재인은 말이 생각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젊은 시절부터 같은 변호사 사무실을 쓰면서 비록 노무현이 나이가 많지만 친구처럼, 형제처럼, 동지처럼 지냈다고 한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에서 같은 길을 걸었다. 노무현이 자신의 생명을 포기함으로써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할 수 있었으니, 두 사람의 관계를 뭐라 해야 할지 아직 내 머리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노무현은 구시대를 끝내는 대통령이 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이 새시대의 첫 대통령으로 자리매김될 조심을 보인다는 걸 전제하면 노무현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다. 문학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나온 말이다. 이 구호 중심에는 사람과 세상이 있다. 사람이 없으면 세상도 없다. 세상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 개인으로서의 사람만으로는 세상이 성립되지 않는다. 사람과 세상이 결합되어 풍요로운 삶이 펼쳐지는 세상, 그런 세상을 노무현은 꿈꾸다가 아무 성과 없이, 아니 처절하게 실패를 맛보고 떠났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실패가 아니라 세상의 악에 의한 실패였다. 그 세상의 악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가 63세 나이의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엉이 바위에 몸을 던진 날부터, 그리고 그 뒤로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의 고독과 절망이 전율처럼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늙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것보다 더 큰 슬픔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슬픔은 8년이 지났는데도 가시지 않았고, 눈물도 마르지 않았다. 작은 계기가 주어지면 지금도 다들 운다. ? 우리가 아주 소극적인 방식이라 하더라도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가해자라는 무의식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뒤에 제자들이 느낀 감정과 비슷할지 모른다. 절대 절망 가운데서 부활을 경험한 제자들처럼 노무현의 운명을 여전히 가슴 아파하는 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지 부활이 경험되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레퀴엠이다.

(2009527일에 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글을 링크한다. 그 꼭지글에 내가 그에 관해서 쓴 다른 글도 달려 있다.)

http://dabia.net/xe/index.php?_filter=search&mid=current&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B%85%B8%EB%AC%B4%ED%98%84&document_srl=255991


<오늘 8주기 추도 장면 몇 장 담았습니다.>

추도식.PNG

국기 경례 장면


추도시.PNG

안도현 시인의 추도시 <운명> 낭독, 가슴 뭉클하는 장면이네요.


추모노래 친구.PNG

한동준 씨가 김민기 작곡 <친구>를 추도곡으로 부릅니다. 편하게 잘 부르네요.


추도사 문재인.PNG

문재인 대통령의 추도 인사, 역사적인 장면이군요.


인사 노건호.PNG

고인의 아들 노건호 씨의 인사입니다. 탈모 증세로 삭발을 했다고 합니다.

기분 좋은 추도식이었습니다.


profile

[레벨:43]웃겨

2017.05.24 00:44:20

링크하신 글들을 읽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들이지만 다시 읽어보았어요.

목사님께서 정확히 통찰하셨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노무현시절에 한국에 있지 않아서 그의 재임시절을 피부로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가끔씩 다니러 온 남편을 통해(남편은 노무현대통령 욕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국빈으로 영국을 방문하셨을 때 아는 분이 통역사로 청빙되어 다녀와서는

대통령 내외분의 느낌이 참 좋았다고 전해들은 것이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의 전부였지요.

그렇게 정치에 관심도 없던 저에게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청천병력이었습니다.

그림일기를 한 달동안이나 손놓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다른 이의 죽음에 그렇게 슬퍼해본 게 두번째일 것입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고 무기력했는지..도데체 맘 둘 곳을 모르겠던 심정이 왜였는지

그 때는 잘 몰랐는데 목사님의 글을 보니  그때의 심정이 바로 그것이었던 것 같아요.

"그의 고독과 절망이 전율처럼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심정도 유추해 봅니다.

오늘 8주기 추도식을 보면서 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추도식에서 누군가도 " 부활"을 얘기하네요.. 노무현의 부활...!

이제 우리나라가 푸른 오월의 신록처럼 싱싱하게 살아나길 기도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7.05.24 21:27:19

세월이 악해야만 의인이 출현하나 봅니다.

예수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당시에도 많았던 것처럼

오늘날도 노무현을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제법 됩니다.

모든 선지자들이 다 그런 운명에서 살았으니 어쩔 수 없겠지요.

우리나라도 이제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묵직한 한 걸음을 내디뎌야겠습니다.

[레벨:21]주안

2017.05.26 19:58:27

저는 아직 봉하마을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한번 같이 가자고합네다.

그날이 오기를 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364 관상기도 [2] 2017-05-30 1445
4363 주간일지 file 2017-05-29 1036
4362 기도와 노동 file [3] 2017-05-27 1697
4361 천당 양보 발언 [4] 2017-05-26 1562
4360 희망의 신학 [5] 2017-05-25 1824
4359 운명, 친구 [2] 2017-05-24 1450
» 노무현 8주기 file [3] 2017-05-23 1441
4357 주간일지 [1] 2017-05-22 1268
4356 설교 준비 [5] 2017-05-20 1330
4355 스데반 [1] 2017-05-19 1136
4354 저항 [7] 2017-05-18 1375
4353 후미에 [3] 2017-05-17 1297
4352 순교 영성 [1] 2017-05-16 1286
4351 주간일지 [1] 2017-05-15 884
4350 주례사 [1] 2017-05-13 1357
4349 생명의 미래 [2] 2017-05-12 1089
4348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 [4] 2017-05-11 1152
4347 생명의 깊이 [2] 2017-05-10 1073
4346 부석사 file [3] 2017-05-09 1286
4345 19대 대선(-1) 민주개혁 세력 [2] 2017-05-08 1086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