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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전화로 교통사고가 났다는 전갈에
집사람과 부랴부랴 처갓집으로 달렸갔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마취와 혼수상태로 누워계신 어머님을 보면서
담당의사의 말을 들었습니다.
이곳 저곳의 골절상과 찰과상 거기에 뇌출혈까지 아직 호흡기에 의존하면서
생명을 놓지 않으시고 계셨습니다.
조금 낮은 혈압이 보이긴 했지만, 곧 일반 병실로 옮길 것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두어시간 뒤 교통사고 뒷처리를 하고나서 처남과 장인어른께서 병원에 당도하여
다시금 가족면회를 응급실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두어시간 전과는 달리 조금 상심한 듯한 목소리로
호흡을 제대로 못하시고, 혈압이 너무 낮아져 있으며, 심장박동도 너무 약해져
전기충격기로 소생술을 할 순 있지만 현재 상태에선 무리라 권하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흔이 다되신 아버님은 황망하게 손쓸 방도 조차 없다는 말에
연신 사실이 아닌 것처럼 말없는 표정을 지으십니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의 숨을 쉬시는 어머님을 뵈로 다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심장박동 모니터는 두어시간 전보다 훨씬 낮은 수치를 표시하며
점점 낮은 숫자를 보여주더군요.
삼십 몇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갑자기 영으로 바뀌면서
옆에 있던 간호사분이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 무덤덤한 말로 각 종 계기들의 전원을 내리더군요.
She...passed away..? 황망한 가운데도 또렷이 들리는 이 말을 못내 되물었습니다.
왜정시대를 거쳐 이북에서 피난 오신 장인어른은
억척같은 삶을 다시 이국땅에서 이십여년을 보내신 강인한 분이신데도
어머님의 임종 순간에 우셨습니다.
이 곳에선 병원에서 돌아가셔도 자연사가 아니면 부검을 해야 장례를 할 수 있다네요.
부검의의 결과서가 나와야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인도 받을 수 있기에,
주말과 연말연시가 겹친 이 시점에 언제 장례를 치를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내일부터 더 정신없이 시간이 지날 것 같아 글을 이렇게 올립니다.
십여년 전 선친을 보내면서도 느꼈지만,
몇 일전 성탄절에도 같이 저녁을 하시면서 얘기를 나눴던 어머님이 떠나시니
항상 인생의 허무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주님의 평안이 저와 집사람의 집안에 필요하네요.
추신) 오랜만의 소식을 부고로 대신함을 양해바랍니다.
아! 놀라고 황망한 가운데 계실 집사님과 가족분들께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요.
그저 주님께 구합니다.
생명이신 주님!
주님의 위로와 평안을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