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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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어제는 목사님께서 사역하시는 캐나다에서 온 제성 형제가

저희 교회를 들러서 목사님 존함과 섬기시는 교회 홈페이지를 알려주었어요.

너무도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즉시 홈피 심방을 가서 인사 남기려 했는데

마땅히 제가 흔적을 남길 데를 찾지 못해서 여기다 그냥 감사의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조용히 눈팅을 하시거나 로그인을 하시리라 믿고서요.

 

어제는 저희 교회 완전 장날이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 제성 형제가 아무 연락도 없이 왔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출석하는 교인수가 몇 안 되는데, 서울 방문 중이신 분,

서울 방문 준비 중이신분, 감기 몸살로 드러누운 식구들, 오겠다고 해놓고

펑크 낸 분들이 자리를 비웠고, 거기다 교통사고 때문에 차가 밀려 늦게 도착한 부부도

계셔서 그야말로 교회는 썰렁 그 자체였지요.그런데 낯선 젊은이 한 분이 갑자기 보이지 뭡니까.

 

점심을 안 먹는 저희 교회 특성상 애꿎은 원투 커피로만 배를 불리게 해드렸지요.

두 주 전 먹다 남은 컵라면이라도 나누어 먹으려 했으나 극구 사양하더군요.

시내에서 오신 걸 알았기에 저녁 대접만은 꼭 해드렸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제가 저녁 아르바이트 비상이 걸려버렸어요.

Mothering Sunday 저녁이니 음식 주문이 많을 거라고 하면서 꼭 와달라고 주말부터

사장님께서 신신당부를 하셨거든요.

예배 후 하는 수다 떨기 시간도 평소보다 두 시간은 단축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대접도 못해드리고 보내고 나니 계속 마음에 허전함이 남는군요.

 

저녁 알바 뛰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다비아라는 매체가 주는 즐거움이랄까요?

목사님과 제가 전혀 생면부지인데도 이 사이트를 통해 연결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부족한 저를 이렇게 생각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도리어 목사님으로부터 많이 배우고 도전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요.

사이트를 들러 목사님 목회하시는 것 뵈니 제가 많이도 게으르고 열심이 부족하다는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사역하시는 교회가 늘 평안하고 주의 사랑이 철철 흘러넘칠 수 있게 되기를빌겠습니다.

그 형제가 런던에 있는 대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으면 하는 욕심이 나는군요.

훌륭한 선교사님 자제답게 참 차분하고 성숙해 보였어요. 제 아내도 연신 칭찬을하더군요.

제 아내가 사람을 좀 알아보는 편입니다.

 

그 동안 런던에 와서 저희 교회 방문하겠다는 분들 제법 있었는데 제가 늘 말렸어요.

차비며 시간이며……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예배하고 시내 구경 잘하시라고 조언을 드리니

다들 그렇게 하시더군요. 그런데 제성 형제는 기습 방문을 하셨어요. 그래서 더 반갑고

동시에 내심 미안했던 것 같습니다.

 

유목사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귀한 가정과 교회에 주의 은총이 가득하십시오.

샬롬.


런던에서 신완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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