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눈물은 왜 짠가

Views 3326 Votes 0 2011.03.04 22: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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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 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 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눈문은 왜 짠가 전문>

오늘 우연찮게 퇴근길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사회자가 이런 멘토로 방송을 마무리 하더군요. 노동시인이자 가난한 시인 함민복 시인 올해 나이 50십 지천명의 나이에 장가를 간다고 그리고 소설가 김훈이 사회를 본다고 하면서 말하더군요.

 

그렇잖아도 몇 일 동안 함시인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와 “눈물은 왜 짠가” 그의 성장기적 수필을 읽었다. 그래서 그 방송이 귀에 속 들어왔다.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 자본주의적 생활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더 가난해 짐에 따라 이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며 노래하고 있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에게 딱 맞는 말 같다.

 

섭생(攝生)이른 말이 떠 오른다. 귀생(貴生)에 반대되는 말로서 섭생의 섭(攝)은 억제하는 힘으로서 생애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질의 풍요와 편리함이 화두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귀하게 대접받는 귀생이 오히려 병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적당히 고생시키는 섭생이 오히려 몸을 살리는 역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편안하고 따뜻하고 배부른 곳으로 가지 않고, 거친 음식과 조금은 춥고 힘듦 삶속에서 정직하게 자신을 삶을 바라보며 그의 내 마음을 이 세상에 드러내 보인다.

그래서 그의 글은 따뜻하고 공감이 가고,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김훈이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 그는 세상을 버리지 못하는 은자(銀子)이고, 숨어서 내다보는 견자(見者)이다”

 

늦은 나이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함신인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

2011년 3월4일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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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1.03.04 22: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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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국집 사장님이 참 좋은 분이시네요.

언제든가요? 어려서 읍내에 갔다가 아버지가 장에서 국밥을 사 주셨는데,

무슨 일인지 국밥을 한 수저도 못 먹었어요. 아버지가 대신 다 드셨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중에 먹이라고 한 그릇 분량의 국을 푸짐하게 싸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울 아버지 단골도 아니셨다는데요,

저는 그 얘기를 울 아버지한테 20번도 더 들으며 살았답니다.

고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고깃국 하니까, 그 옛날 이야기가 번뜩 떠올라서요.

울 아버지도 생각나고.. 에효~~!

수빈이 노할머니는 올 겨울 포항에 내려가계셨나요?

날이 엔간히 췄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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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1.03.08 17:41:30
*.146.244.103

라라님,

어쩜,  함시인의 그런 삶이 오히려 삶의 심층을 들여다 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위엔 그래도 따뜻한 마음과

정을 가진 분이 많이 있다는 것이 훈훈합니다.

 

저희 할머니

포항에 내려가지 않으시고

굿굿하게 지리산을 지키시고 계십니다.

봄바람이 시원하네요~~

남은 시간도 건강하시기를

퇴근시간이 다가오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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