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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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5월 15일은 부활절 넷째 주일이자 스승의 날이였습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서 몇일 째 계속 머리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의 선생님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이상하게도 몇몇 분은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스승의 날이고 하니 저의 아주 주관적인 기억에 남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고자 합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부분이 왜곡되고 변경된다고 하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

그 당시에 저는 1학년 담임 선생님과 유난히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보통 1학년은 1시에 하교를 했으나,

저는 5시까지 학교에 있었습니다.

학교가 너무너무 좋아서.....그랬던 건 아니였고, 아직 한글을 잘 못 깨우쳐서, 남아서 계속 받아쓰기 등의 연습을 했었습니다. 넌 머리가 좋았었다라는 부모님의 말씀은..아주 주관적인 자식에 대한 평가였고 사실은 그리 좋지 못했다는 점이 1학년 때부터 밝혀졌습니다.

어쨌거나 그 당시에 공부를 잘 못한다고 오후까지 남아서 공부를 봐주는 선생님은 몇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글을 잘 못읽는 아이가....몇 안되어서 그런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제 기억 속에는 선생님은 아주 저에게 상냥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까지 지내신 저의 외할아버지와 담임 선생님과 잘 아시던 사이셨던 것이지요..

물론 그것때문에 선생님이 저에게만 잘해주셨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가 있었다는 걸 알고나니 아주 조금이였지만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이 칠판에 선생님 자택의 연락처를 적어주셨습니다. 필요하거나 선생님한테 연락할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요.

전 그때도 그렇게 눈치빠른 학생은 아니였나 봅니다. 왠만하면 전화하지 말라는 의미였었던 것을..

제가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 집에 전화를 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왜 전화했냐고 하셔서..그냥 선생님한테 전화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가...아주 뚱한 반응을 받고야 그냥 전화 하면 안되는구나..를 알게 되었지요..ㅎㅎ

2학년 때 선생님의 기억은 그것 뿐이군요..

 

초등학교 3학년.

이 때가 저의 선생님 기억의 피크이지요..

그 선생님은 몇몇 아이들을 매일 때렸었습니다.

그 몇몇 중에 제가 꼭 끼어있었지요..제가 어려서부터 말썽꾸러기 였던 건 사실이였으니까요..

그건 그렇고 그 당시에도 학교 폭력은 존재했었습니다. 요즘 소위 말하는 일진이라는 애들이 3학년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 잘사는 친구 한명이 그 아이 몇몇에게 돈을 빼앗기고 얼굴을 다쳤습니다.

잘 사는 그 친구의 집은 저랑 같은 동네에 있었고, 돈 빼앗던 같은반 아이들이 잘 사는 집 아이에게 부모님에게 자기들 이야기를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고, 그리고 혹시 부모님이 계속 물어보면 동네있는 저와 다른 아이에게 돈을 빼았겼다고 이야기 하라고 협박받았었습니다.(이 사실은 그 친구와 제가 중학교 때 같은 반이 다시 되면서 그 친구의 증언으로 밝혀졌습니다.)

여느날 처럼 학교를 갔었는데 선생님이 오시자마자 저에게 이종격투기 기술을 보여주셨습니다. 정말 살면서 그렇게 길게 맞아본 것도 몇번 안된 것 같은데 참 많이도 맞았지요. 그리고 부모님에게도 연락했었고요...집에 가서도 선생님께 맞은 것 같이 많이 맞았었지요. 저의 아버지의 교육관을 늘 잠언에 있는 성경 말씀으로 이야기 하셨습니다. 자식을 채찍으로 때려도 죽지 않는다.. 정말 그런 말씀이 있더군요..ㅎㅎ

아무튼 아버지나 선생님은 제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뭐 그건 정황상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잘사는 그 친구보다 덩치도 훨씬 작았지만...뭐 그럴수 있었겠지요..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시도 때도 없이 저를 때렸는데 어느날부터 선생님이 저를 안때렸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어머니께 요즘은 선생님이 저를 안때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어서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때 그 선생님께 매일 맞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위에 물어보니 그 선생님께 돈을 드린 부모님 아이들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선생님께 아주 조그만 성의를 보여드렸더니 그 후로 저를 때리지 않았었다고요..

그 선생님때문에 선생님에 대해 저는 별로 좋지 않은 마음을 어느정도 가지고 살았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그렇지 않고 몇몇 분이 그러시겠지요...

그 선생님...잘 살고 계시겠지요?

그 이후에 저의 어머니는 학기 초마다 선생님께 아주 작은 정성을 봉투로 표현하셨습니다.

 

온 선생님 이야기를 다하다보면 너무 길어지겠군요...

중학교 1학년으로 뛰어 넘어서 1학년 2학기...10월인가 11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서 어머니께 연락드리고 조퇴를 하기 위해 교무실로 갔습니다.

선생님께 배가 너무 아파서 조퇴해야 하겠다고 말씀드리니까. 선생님이 아프면 조퇴해야지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후의 말씀이 아주 충격이였지요.

그래...너 몇반이니? 담임 선생님 한테 말씀드리고 조퇴해라...

1학기도 아니였고 2학기였는데 선생님의 말에 뭐라 할말이 없더군요.

그 분이 원래 반아이들 몇에게만 관심을 보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모른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이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충격이였던 것은 수업시간에 한번 애를 때리면 종아리를 50대 이상을 욕 20단 콤보로 때리시던 옆반 선생님을 몇년후에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만났습니다. 저희 교회 집사님이셨던 것이지요...

교인이 워낙 많아서 몰랐었었는데..ㅎㅎㅎ;;

그 분의 욕이 거의 한국 랩의 시초가 아니였을까요..욕랩...그렇게 빨리 많은 양을 욕을 던지시기도 힘드셨을텐데..ㅎㅎ

 

고등학교 2학년.

이상하게 고등학교때 저희 학교는 가정방문이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어머니는 작은 정성을 준비하셨지만 그 선생님은 거절하셨습니다.

자신은 어느 교회의 집사이고 그리스도인인 교사이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하도 권하셔서 콩 조금을 가져가시긴 했지만 아무튼 돈을 거절하신 분은 제가 알기로 첨이였습니다.

그 선생님은 누구에게나 사랑으로 대했습니다. 사랑으로 대했다는 것이 그저 좋은말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화를 내고  때리셔도 그 것을 당하는 대상이 그 것을 사랑 때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분 덕택에 선생님상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저도 결혼을 해서 자식이 있고 하다 보니 학교 선생님은 아니지만

先生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야 할 위치로 점점 변해가네요.

선생이라는 말이 먼저 태어났다는 말이니까요..

저의 자식에게도, 그리고 어린 사람들에게..

저도 좋은 선생이 될 자신은 없네요.

하지만 많은 노력을 해보긴 해야겠습니다.

그냥 무엇을 가르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선생이 되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비아에도 많은 학교 선생님들이 계신데요..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시길 꼭 부탁드려요..

제가 고등학교2학년 때 만났던 그 선생님 같으신 분들이 되어주셨으면 하네요..

 

그냥 오늘은 조금 직장에서 시간이 남기도 하고 계속 선생님들 생각도 나고 해서

별 유익도 없는 시시한 글 한번 적었습니다..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자하문

2011.05.16 11:30:07
*.218.65.210

고2 때, 담임선생님이시면서 음악선생님이셨던  저의 인생 '스승님' 이 생각납니다.   아련해지는 감상과  함께, 감동의 느낌을 마시고 또 맘에도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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