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
“자기나라 노래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가 있나요? 대한민국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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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7/27 [03:48] 최종편집: ⓒ 문화저널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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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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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SBS TV 주말연속극 <내일이 오면>의 배우 최종환 씨가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아름다운 우리가곡 ‘4月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실로 오랜만에 잔잔하게 밀려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내 기억 속으로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TV 속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우리 가곡인 듯 싶다.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에 편지 읽노라……” 아펜젤러 선교사가 제물포항에 도착하였을 때 가지고 왔던 찬송가가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출발(1885년)이라고 보는 견해로 생각한다면 130년의 흐르는 세월동안 우리나라는 엄청난 음악적 발전을 이루었다. 흔히들 우리민족을 가무민족이라고 부르는데 세계에서 인구대비 음악 전공자가 제일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이다.(약180여 대학)
주옥같은 시에 아름다운 선율을 입힌 우리가곡은 80~90년대에는 정다운 가곡 가을맞이 가곡의 밤 같은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우리의 국민정서에 따뜻하게 기여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TV나 라디오에서 우리가곡을 듣는 기회는 점점 없어져가고 그나마 <열린 음악회>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 들을 수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매년 수천 명의 성악 전공자가 대학에서 배출되고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으로 유학나간 성악도가 수천 명에 이르고 있건만 정작 그들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보이지 않고 미디어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행방불명 상태이다. 이러한 것을 경제학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수요는 없고 공급만 넘쳐나는 예술적 공황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방송에서 클래식을 방송할 때 자기나라 언어를 사용한 예술가곡이 이처럼 박대 받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상업방송을 하는 민영방송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KBS FM, TV 만큼이라도 제대로 우리 가곡을 방송한다면 이렇게까지 성악 예술 공황상태는 없으련만! KBS FM 경우에는 방송시간 22시간 중에서 오후 9시 30분 ~ 10시까지 겨우 30분 정도 생색내듯이 방송을 하는 지금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60년~90년 초반까지 라디오에서 미국의 팝송이 전성시대를 누렸을 때 그 당시 중, 고등학생들이 팝송의 발음이 좀 어렵다고 생각되면 우리 한글로 표기해서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노래들을 불렀던 것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서면서 대중가요의 약진과 아이돌그룹의 등장으로 점점 TV, FM 프로그램에서 팝송이 밀려나고 우리 대중음악이 차지하기 시작하였으며 오늘날 SM, YG, JYP 같은 코스닥에 상장되어 K-POP을 주도하는 회사까지 등장하면서 한류를 선도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미디어매체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 성악계는 목이 마른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예술적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우물을 팔 생각은 안하고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사회와 방송이 자기를 부를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니 오늘 날 세계에서 성악가가 제일 많으나 무대하나 변변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보통 조그마한 복덕방이나 음식점, 가게를 열어도 명함부터 먼저 인쇄하는 것이 기본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 성악가 대부분이 자기 음반하나 만들어 가지고 있질 않다. 성악가에게 있어서 명함은 바로 음반인데….
우리 시대의 유명한 테너스타 엄정행 선생은 없는 돈에 빚까지 내면서 수많은 가곡을 녹음한 후 레코드로 제작하여 손수 발로 뛰면서 방송국의 문을 두드리고 많은 연주회에서 우리 가곡들을 열창함으로서 성악의 스타가 된 것이다.
방송이란 음반이 있어야 틀 수 있는데 음반 하나 없는 성악가를 어떻게 방송할 수 있단 말인가. 대중음악계에서는 가수로서 출발 하게 되면 CD는 물론 비디오, DVD 제작을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대중음악의 기획능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방송과 대중들로부터 가곡이 멀어지는 이유가 여러 가지이지만 그 중에서 황당한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세계에서 인구대비 음악대학이 제일 많은 한국에서는 성악과에서(2%만이 필수) 한국가곡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과목인 경우가 거의 98%에 이르고 있다.
세상에 자기 나라 노래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으니 이러한 현실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 오페라나 가곡 등을 주 레퍼토리로 독창회나 연주회를 꾸미니 청중이 잠을 안자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닌가? 이런 황당한 일도 있냐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물으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네 음악대학의 현실이다. 그럼 이런 모순 된 현상은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가? 그것은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의 외국 유학출신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교수들이 맹목적으로 자신의 유학출신 나라 음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아예 토착화 시키는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악순환은 계속되어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교수들은 대학교에서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제자와 후배들은 남의 나라 노래들만 배우고 졸업하면서 정체성과 국적성을 잃고 대중에게 다가가니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예술이란 허울 좋은 이름 아래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러면 이 황당한 상황을 깨어 부술 수는 없는 건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대학 내에 한국가곡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작곡가들도 좋은 시들을 발굴하여 작곡에 임하고 연주회 프로그램에 우리가곡의 숫자를 늘려가면서 음반도 많이 제작하여 방송국 문을 두드린다면 새로운 우리 가곡의 전성기가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 날의 대중음악은 70~80여 년 전부터 생존의 법칙을 몸으로 부딪치며 유랑극단 등을 통하여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대중예술 혼을 불태움으로서 대중의 희로애락을 대변하여주고 같이 웃고 울어줌으로서 오늘 날 K-POP 이란 한류를 세계 속에 심는 대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대업을 이룬 뒷 이면에는 정서적 폐해도 심각하다. 우리 가곡이 이러한 폐해를 순화시키기 위하여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지원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시가 살아있는 나라가 국민 정서가 바르게 설 수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작금의 우리나라는 거의 시가 말살 된 상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래의 가사로 쓰이는 시는 없어진지 오래고 저질스러운 언어와 원어민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삼류 영어문장이 판치며 거의 감각적이고 퇴폐적인 언어까지도 판치고 있는 것이 노래 세상이다.
그러니 이기주의가 판치고 물질만능과 쾌감적이고 퇴폐적인, 뇌가 없는 비정상적인 문화가 양산되고 있고 (예: 된장녀) 겉만 번드러우면 멋지게 포장시켜주는 미디어 문화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함으로서 이성적 문화가 죽어버린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하기야 문화재란 미명 아래 세종대왕 동상 뒤에는 한글로 된 <광화문> 현판을 뜯어내고 <光化門> 이라는 한자가 버젓이 걸려있어 세종대왕을 조롱하고 세종문화회관 심벌로고는 영문 <S>로 되어있으며 세계 12대문자 중 최고 과학적이란 한글을 무시하고 조선시대도 아닌 현대에서도 나라를 대표하는 국회의원 뺏지도 한문<國>으로 표기되어 있는 심각한 현상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도 많다.
예술이란 인간의 희로애락을 순리적이고 정서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새로운 이즘을 제시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예부터 나라가 망할 즘이면 향락이 판치고 무질서가 양산되며 이기주의가 넘쳐나고 타락문화가 넘쳐나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망하기 이전에 내부로부터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했다.(예: 로마제국)
이러한 상태로 정체성과 국적성이 완전히 죽어가는 상태라면 국가적 지원책임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 생각된다. 모든 국민은 세금을 국가에 낼 의무, 납세의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을 국가적, 지방 자치적 지원으로 재정지원을 받는 국·공립단체들은 수백 여억 원, 아니 어떤 한 개인인 어떤 지휘자는 연봉으로 20여억 원까지 받아가고 있는 현상에서 정작 서울 등 대도시권만 문화적 혜택을 받는 비평등적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지원되는 1년 치 예산으로 10배 이상 가깝게 효과가 나도록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시골구석까지) 예술적 향기로 넘쳐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당연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공립단체에 지원되는 오페라 예산이 대학오페라와 전국 가곡순회공연지원에 지원된다면 오페라 인구 저변 인프라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이고 가곡 인프라 구축자체가 오페라라는 장르를 떠받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오페라 영역은 가곡 인프라 영역이 구축되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한 사상누각적 장르이기 때문에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나라 최초 1948년 라트라비아타 공연이후 70여년이 다 될 때까지 국·공립 단체를 통한 대중적 오페라 인구 구축실패와 가곡 인프라 구축의 실패가 오페라는 특별한 사람들만 감상한다는 이미지와 함께 대중에게 멀게만 느껴지게 만든 것이다.
만약 한사람에게 지불되는 수십억 원의 연봉으로 대학오케스트라들을 지원한다면 적어도 20여개 대학의 오케스트라에 큰 영양분이 되어 오케스트라 팬들도 늘어날 것이며 그로인한 인프라는 시장 경제학적으로도 좋은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게 할 것이다.(예: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우리 프로야구처럼 수십억의 연봉을 받더라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이제는 한 국공립 단체의 수백억지원이나 일개인의 수십억연봉을 지원하는 것은 그만두고 음악을 통한 국민 정서의 함양을 위하여 백여 년 동안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속빈강정의 한국음악계에 밑에서부터 힘차게 음악적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정부가 현명하고 지혜롭게 나서야만 한다.
옛날에는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고 국가적 체면치례 상으로도 국공립단체를 만들어 보호 육성하는 의미에서 지원을 하여왔는데 이제는 세계에서 음대가 제일 많은 나라이고 인구대비 음악전공자가 세계최고인 수준까지 왔으니 정책적 지원의 변화가 필요할 때라 생각되며, 무엇이 진정 이 나라 음악의 발전을 위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질적인 면과 음악팬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 보호지원이 아니라 공급은 넘쳐나나 수요가 없는 속빈 강정 같은 현 상황을 지혜롭게 지원하여 더욱 알찬 문화강국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들만이 향유하는 리그에서 벗어나, 지원을 해도 아깝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까지 세금을 낸 보람이 넘쳐나 문화의 향기가 대한민국에 가득 차는 좋은 세상이 열릴 거라 확신한다.
임웅균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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