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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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3
지난 10개월가량 어느 교회에서 주일 오전 예배 설교를 했는데,
드디어 6월말로 끝날 것 같다.
새로운 목사님이 늦어도 7월초에는 부임하실 것 같기 때문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꽤 긴 기간 동안 설교를 하면서,
도대체 설교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차원의 고민을 많이 했다.
아마 모든 설교자들이 설교할 때마다, 그런 고민을 할 것이다.
실상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그럴 거라고 나는 믿는다.
안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분명히 그럴 것이고,
전업 설교자들은 그런 고민을 나보다 더 심각하게 할 것이다.
아니, 고민하는 게 당연하고,
그래서 설교자라면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설교 하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은 바로 이것이다.
설교라는 게 과연 말씀, 즉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일까?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느낌은 요즘 설교가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것 같지 않다는 쪽으로 강하게 흐른다.
설교는 설교자가 하는 이야기지,
하나님 말씀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평가가 좀 과하다 싶지만,
아무리 시원찮아도 30년 가까이 구약을 연구해온
구약학자인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뭔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나이 60이 가깝도록 매 번 설교를 할 때마다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는 사실에 초긴장해서,
소변은 말할 것도 없고 대변까지 마려운데,
저들은 어쩌면 저렇게 여유로운지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들은 설교단을 제 무대로 아는 모양이다.
대언자(代言者)? 대언자라고는 하는데, 결코 대언자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신중함이나 겸손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남 이야기를 전하는 자들이 아니고, 제 이야기를 하는 자들이다.
아, 그래서 나는 이 모양이고, 저들은 대형 교회를 운영하나 보다.
대형 교회를 이루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텐데,
그 가운데 설교 비중도 상당할 것이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탁월한 설교를 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설교 시간에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을 했다.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그런 강력한 흡수력을 가진 설교를 해서
수 만 수 십 만 명의 사람들을 빨아들인다면,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들,
특히 탁월한 수사적 기법으로 감동적인 연설을 했을 예언자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그들은 얼마나 뛰어난 연설가들인가?
그런데 그들도 이 시대를 산다면, 설교를 통해서 대형 교회를 이룰 수 있었을까?
아무도 정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왜냐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 목사들은 자신들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위대한 설교자들,
즉 이사야를 비롯해서 여러 예언자들에게서 무엇을 배웠을까?
아마 배운 게 없을 것이다.
아니, 배운 게 없는 게
아니라, 아예 배우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위험하니까.
에리히 프롬은 <존재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실 부처도, 성서 속의 예언자들도, 예수도, 에크하르트도, 스피노자도, 마르크스도, 슈바이처도 “물렁이들”이 아니었다. 반대로 그들은 고집 센 현실주의자들이었고, 그들 대부분이 박해받고 중상모략을 받은 것은 그들이 덕을 설교했기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덕이 아니라 진실?
이 구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들은 덕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는가?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중상모략과 같은 어려움을 당했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하늘나라 진실을 들려주셨던 예수는 십자가에서 처형당했다.
에리히 프롬이 하는 말을 여러 번 읽으면서, 생각했다.
요즘 설교자들은 무엇을 설교할까?
그들은 진실을 말할까?
그렇다면 그들은 성경 속 예언자들보다,
아니, 우리 주님보다 탁월한 초월적 설교 능력을 가진
신적인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실만 말하면서
수 만 수 십 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겠는가?
예언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주님마저 실패한 일을
요즘 설교자들은 정말 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감당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그들이 보는 게 우리가 읽는 것과 같은 성경이라면,
성경을 읽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그들은 예언자들, 그리고 주님과 저렇게나 다른 걸까?
그리고 그럴 것이라고 굳게 믿지만,
만약 만에 하나라도 그렇지 않다면,
설교자들이 설교단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도대체 설교단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나님 말씀을 대언한다고 하면서,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 누구 이야기를 하는 걸까?
결코 그럴 리 없겠지만, 이런 게 궁금하다, 정말로.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이종록 교수(한일장신대학교 구약학) -
이종록 교수님의 심정이 절절하게 묻어나는군요.
대한민국 교회처럼 신학자들이 끽 소리 못하는 나라는
아마 전세계에 없을 겁니다.
대형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님들의 교권이
신학대학교마저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니까요.
기독교인의 숫자가 지금의 반으로 줄어들면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