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방문기(4)

조회 수 2464 추천 수 1 2010.04.13 23:09:49

천당 방문기(4)

 

    그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리다. 천당에 가도 밥을 먹을 수 있소. 먹는 즐거움을 거기서도 누릴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오? 혹시 그대는 먹는 걸 귀찮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소. 그럴 수도 있긴 하오. 만성 소화불량에 걸려 있다면 먹는 것처럼 번잡스러운 일도 없을 거요. 그렇게 타고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대다수 사람들은 먹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소. 소화불량도 주로 과식을 한다거나 신경이 과민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오. 평소 적당량을 먹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다면 소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거요. 하나님이 다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소. 천당에 가서 맛있게 잘 먹으려면 지금부터 먹는 습관을 잘 기르시구려.

 

    밥을 먹을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어떤 사람은 고급 음식을 찾아다닌다오. 식도락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전문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요. 특별히 맛이 있는 음식이 있긴 하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요. 무엇을 먹는다는 사실에 자체에 집중하는 거라오. 밥과 우리 자신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 거기서 일어난다오. 그런 태도만 갖추어진다면 무엇을 먹어도 맛이 있소. 반찬 하나 없이 밥만 씹어도 맛이 있을 거요.

 

    다른 이야기를 자꾸 해서 미안하오. 천당에서 밥 먹는 풍경을 말한다는 게, 좀 옆으로 샜구려. 그 풍경이 별 것 아니어서, 지금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어서 그랬소. 그래도 말을 꺼냈으니 하리다. 천당에서는 대개가 자기 먹을 거를 자기가 만들어 먹는다오. 재료는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조금만 수고를 하면 먹을 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소.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형편이 그렇지 않소. 그 사람들은 매 끼니때마다 다른 사람의 밥을 준비해야만 했소. 천당 관리인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들은 모두 지상에서 목사로 살던 사람들이라오. 그 목사들은 평생 교회생활에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이오. 관리인에게 다시 물었소. 목사들이 밥을 해 먹이는 이들은 대체 누구냐고 말이오. 그들은 지상에서 목사들의 말에 따라서 평생 교회에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이라는 거요. 목사가 시키는 일이면 무조건 순종하면서 살았소. 성수주일, 십일조, 총동원전도, 40일 특새, 매일 큐티 등등이오. 그야말로 충성스런 교회의 일꾼들이었소. 충성스럽다는 건 칭찬받을만하지만, 자기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는 거요. 천당에서 밥도 할 줄 모르는 거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그렇게 되었소. 그래서 그들을 그렇게 만든 목사들이 밥 먹는 거 까지 책임을 지라고 주님이 말씀하셨다는구려.

 

    나는 끼니때마다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그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소. 어떤 목사는 100명 쯤 먹이느라 땀을 흘립디다. 어떤 목사는 5천명을 먹이느라 자기는 밥도 제대로 못 먹소. 5만 명을 책임진 목사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들이 천당에서 얼마나 숨 가쁘게 살아가는지 상상에 맡기겠소. 완전한 평화의 세계인 천당에서 매일, 매 순간 쫓기는 사람들이라니,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소. 그대는 나도 목사였으니 천당에서 그런 일을 했느냐고 묻고 싶은 거요? 그건 내 프라이버시라서 말할 수 없소.(2010년 4월18일, 화요일, 와 춥다!)


[레벨:18]눈꽃

2010.04.14 07:29:48

목사님~
목사님은 천당가서 교인들 밥 해 먹일 걱정은 안해도 되실 듯~~~
목사님의 설교나 글들을 읽으면 엄청 공부 하게 만든다는~왜냐하면 우리에게 항상 물음표를
던지시거든요 (그리고 가끔 사전을 찿아 보게 만드신다는 그러나 독일어나 히브리어 헬라어 뭐 이런 건 찿기 힘드니 한국어로 바꾸어서 해주심이 ......)

천당! 하면 죽어서 가는 저멀리 하늘끝 어딘가에 있는 장소쯤으로 생각했드랬지요
그래서 예전에 죽어서 가는 천국이라면 뭐 별로~ 관심을 가졌다 말았다 했지요
아~근데 천당이라는 단어는 성서에 한 군데도 없네요 천국은 많은데 근데 왜 천국을 천당이라하는지~~~
이젠 다른말로 바꾸지요 하나님나라  뭐 이런 것으로
 하나님 나라!  내 삶의 키워드 ....
 엇그 밤에 잠자리에 들려다 말고 두꺼운 성구 사전을 펴고 성서에 하나님의 나라라는 단어가 있는 곳을 찿아보니  신약에만 57귀절이나 되더라구요 천국이란는 낱말이 들어간 성구는 신약에만 36군데 역시 구약에는 한군데도 없더라구요
그중에 몇귀절
롬:14:17<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눅:17:20~21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고전 4:20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이라
마3:2 회개하라<천국>이 가까왔느니라
마:5:20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라새인 보다 더 낮지 못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마:11:12 세례요한의 때부터 지금까지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

오늘부터 또 다시 성서에 나와 있는 천국 하나님나라에 대한  귀절들을 중심으로 집중하여
공부에 매진!

[레벨:9]용남군

2010.04.14 07:53:26

천국에 대한 성서의 증언과 그 구속사적 맥락을 바르게 알고 나면

흔히들 ‘입신(入神)’했다며 떠드는 이들이 얼마나 웃긴 짓을 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눈에 보입니다.

사실 천국이라는 한국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kingdom of Heaven’은 ‘하늘 왕권’ 아닌가요?

‘하나님 나라’라는 말 또한 이에 얽힌 성서 전반의 묵시적 사상을 이해하고 있다면

한스 큉도 지적한대로 불필요한 대상적 표상이 되지 않도록(특히 진보주의자들의 악용을 막기 위해)

‘지배’ 혹은 ‘왕권(kingship, 바실레이아)’으로 번역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면 몰트만과 조용기가 외면상 색깔이 다른데도 상통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 같네요.

하나님이 왕으로서 직접 통치를 행사하기보다는 스스로 ‘천당’이나 ‘하나님 나라’를 누리고 싶어하는.

여러모로 확대되어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거룩한 하나님 자체가 점점 소외되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이럴 때 엘리야처럼 하늘로부터 진노의 불이 내리게 할만한 권능을 지닌 예언자가 나타나야 할텐데요.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백성이 네게 한 말을 다 들으라

이는 그들이 너를 버림이 아니요 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삼상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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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유니스

2010.04.14 11:36:27

저는 천당에 가면 제가 밥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주님이 만드신 거 생식으로 먹거나

그것을 소화하기 힘들면 목사님한테 가서

잘 익혀달라고 여전히 신세를 질 겁니다요.

그러나 소화가 안되시면 누구나 저희 약국을 들러주세요~

[레벨:21]beginner

2010.04.14 14:05:34

어느 장로님이 천당에 가셔서 보니 일반교인들과 집사님들이 진수성찬을 대접 받는지라

 나는 장로니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더니 달랑 자장면 한 그릇을 주길래

화난 장로님,

아니, 그래도 내가 장로인데! 하며 항의하자

그래도 다행인줄 아슈.

목사님은 지금 자장면 배달갔다오

당신도 배달 갈라우?

했다네요.

목사님,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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