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일 전에 “아, 대한민국 검찰!”(http://dabia.net/xe/mark/371499)이라는 제목으로 그대에게 이야기를 했소. 기억하시겠소? 검찰이 뇌물수수죄로 기소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무죄로 나온 날이었소. 그때 나는 대한민국 검찰이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더 실감했었소. 칼질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회칼을 쥐고 흔드는 격이었소. 정치적인 거물을 기소하려면 꼼짝 못할만한 증거를 확보했어야 했는데, 아무 것도 나온 것이 없다니, 얼마나 허무한 일이오. 오죽 했으면 검찰 출신 여당 국회의원도 검찰이 야무지게 준비하지 못했다고 책망했겠소. 무기력한 검찰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었소.
지난 20일 MBC 티브이 ‘PD수첩’에서 소위 ‘검사와 스폰서’ 문제가 다루어졌소. 부산에 거점을 둔 건축업자인 정 아무개 씨가 지난 20여 년 동안 검찰들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오. 거기에는 성상납까지 포함되오. 이에 대한 직간접적인 증거들이 수없이 나왔소. 스폰서 역할을 한 사람과 지검장의 전화 통화 내용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소. 그들의 관계는 조폭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었소. 지금 검찰은 불난 호떡집, 또는 초상집과 같은 분위기라고 하오. 기소권을 독점한 채 대한민국의 정의를 올곧게 세워나간다고 자부하던 검찰이 별로 도덕적이지 못한, 보기에 따라서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찍히는 순간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요.
나는 피디수첩을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소. 한명숙 전 총리를 뇌물수수죄로 기소한 검찰의 수사능력과 스폰서 검사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나간 피디수첩의 취재능력이 비교되었소. 피디수첩의 기자들에게는 기소권은 물론이고 수사권도 없소. 오직 발로 취재를 할 뿐이었소. 검찰은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이오. 그들은 법원의 허락만 받으면 개인의 은행 통장은 물론이고 인터넷 메일까지 조사할 수 있소. 그런데 말이오. 결과를 보시오. 검찰은 자신들의 무능력을 만천하에 드러낸 반면에 피디수첩은 검찰 조직을 근본에서부터 뒤흔들 정도로 많은 증거들을 밝혀냈소. 대단한 ‘PD 수첩’이오. 몇 년 전 황우석 사태 때도 그 진가를 알아보았었소.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일전에 검찰이 광우병 보도 논란과 연관해서 피디 수첩을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이오. 광우병 보도는 아예 기소가 될 사안이 아니었소. 그걸 처음에 맡았던 검사는 불기소로 가려다가 위에서 압력을 받았는지 사표를 냈소. 지금 정부와 여당은 피디 수첩을 폐지하려고 꽤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소. 담당 피디가 몇 번이나 전보 조치되었소. 이번 건을 취재한 이는 최승호 PD라오. 그는 지검장에게 겁박을 받기도 했소. 내외부에서 많은 압력과 회유가 있었던가 보오. 그래도 그는 진리의 힘을 믿고 실체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친 거요. 진리를 향한 한 사람의 열정이 철옹성 같았던 검찰 조직을 뿌리째 흔들었소. 최승호 피디의 마지막 멘트를 들어보시구려.
“2005년, 노회찬 전 의원이 떡값 검사의 명단을 공개했을 때 검찰은 침묵했습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손으로 떡값을 전달했다며 현직 검사들을 지목했지만 단 한명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는 스폰서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어났지만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홍 사장은 스스로 스폰서를 했고, 향응과 성 접대를 했노라고 고백하고 나섰습니다. 자신의 허물을 번번이 외면해온 검찰이 이번에도 침묵할지 국민들이 함께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2010년 4월23일, 금요일, 흐림, 비 찔끔)
모든 직업군에는 그 일에 따라 더 많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특정항목들이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죄성으로 인해 모든 직업군에는 범법의 평균치가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높은 기대치를 요하는 특정항목과 범법 평균치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지요.
정말 경악합니다. 하긴 요즘 워낙 내성이 생겨서...
김 변호사나 홍 사장도 자신의 기대에 반하는 시점에 이르러서 일을 터트리는 것이고,
홍 사장의 어제 자살기도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신변에 그 정도로 주목을 받도록 하는 행위를 해야 보호를 받을테니까요.
저런 스폰서를 받고 있으면서 검찰은 한 전 총리의 제주도 골프를 입에 올리다니 말입니다.
도대체....
물론 모든 언론은 아니라도 그래도 바른 소리를 내는 언론이 있다는 데 대해서 희망을 봅니다.
저는 검사들이 이렇게 썩고 그릇된 방향으로 가면서도 스스로 자정 능력은 커녕 자신의 허물은 허물이라고 생각지도 않는 지금의 사태가 교육 문제 때문이라고 봅니다.
치열하게 공부할 때 잘 살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치열하게 공부해서 무조건 잘 나가는 자리에 올라서 그 댓가를 바랄려고 하겠죠. 자신이 잘나서 얻은 자리니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죠.
차라리 사시를 무지 쉽게 내서 아무나 검사 할 수 있으면 도리어 검사들의 자질이 개선 되리라고 봅니다. 그 때는 정말 검사가 적성에 맞고 또 보람 되어서 검사를 할려고 하지 단지 내 점수로 이 자리에 갈 수 있겠다 하고 가는 자리가 아닐테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