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묵상의 말미에 거론한 이야기를 다시 이어 가겠소. 그리스도교 신앙은 삼위일체를 근간으로 하오. 예수 그리스도만이 아니라 창조의 하나님과 생명의 성령이라는 관점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뜻이오. 이 세 관점이 독립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서로 소통되어야 하오. 이런 관점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소. 그 이유는 어제 말한 대로 한국 개신교 신자들이 지나치게 그리스도 일원론적인 신앙에 기울어 있기 때문이오. 소종파적 기질이 강한 그리스도교 교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오. 어떤 교파는 사도신경마저 부정하거나 아니면 예배 시간에 함께 암송하지 않소. 이런 신앙적 태도는 엄마 젖만 찾는 유아기로의 퇴행이오.

     사도신경의 첫 머리는 하나님에 관한 것이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소. 그게 초기 그리스도교의 가장 우선적인 신앙고백이었소. 이는 거꾸로 말해서 이런 하나님이 아니라면 믿을 수 없다는 뜻이오. 전능하다는 말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이오. 하나님의 전능은 천지를 지으셨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소. 천지를 지은 분은 전능한 분이고, 전능한 분은 천지를 지은 분이오. 이런 말을 상투적인 것으로 듣지 마시오. 사도신경을 고백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을 훨씬 근원적인 차원에서 볼 것이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아무리 위대해 보여도 전능한 존재는 아니오. 그것들은 창조주가 될 수 없소. 당시 로마 문명이 전능하다고 고백한 로마 황제도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전능하지가 않소.

     오늘의 물리학이 우주의 기원을 완전히 해명해 낸다면 하나님에 대한 표상도 달라질지 모르오. 예컨대 장이론으로 우주의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면 하나님이 바로 장이론일지 모르오. 장이론이 전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되기 때문이오. 그러나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소. 그 방식으로 우주의 모든 비밀이 다 드러나지는 않소. 자연과학의 발전은 더 궁극적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뿐이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을 확인해줄 뿐이오. 모든 것의 비밀이 완전히 드러나는 순간이 종말이오. 종말의 주인은 바로 창조주 하나님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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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택

2011.07.30 12:52:12

하나님께서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을 종말에 두셨다. 그게 나를 벅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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