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0일(월)
착각
얼마 전에 아무개 연주회를 녹음해서
씨디로 만든 일이 있다.
거기에 피아노 작품집 세 곡이 수록되었다.
그 씨디를 공식적으로 제출해야만 했는데,
연주 시간이 최소한 50분은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아무리 계산 해봐도 24초가 모자랐다.
내가 그걸 확인시켜주자
연주자 본인도 아차, 실수 했다는 걸 깨닫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웬만하면 50분은 넘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니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프로그램도 함께 제출하니까
프로그램에 없는 곡을 붙여 넣을 수도 없었다.
결국 편법을 쓰기로 했다.
연주 시간을 기술적으로 늘리는 거다.
장과 장 사이,
또는 일련번호가 있는 곳의 번호 사이의 잠간 멈추는 시간을
강제로 조금씩 늘리는 방법 말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늘 나를 도와주는 분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니 그게 가능하단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전체가 49분76초이니 24초만 더 늘려달라고 말이다.
그분이 듣더니
76초라니요, 무슨 말인가요, 한다.
내가 큰 소리로
49분76초라니까요, 그래서 50분에 24초가 모자란단 말입니다, 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그때서야 감이 왔다.
내 계산은 이랬다.
제1곡, 8분 20초
제2곡, 18분 37초
제3곡, 23분 19초
합계 49분 76초, 딱 24초가 모자랐다.
참, 멍청한 계산법이다.
도대체 76초가 어디 있나,
1분 16초지.
그러니 결국 합계 50분 16초다.
24초 모자라는 게 아니라 16초가 남는다. 얼씨구.
편법을 써야 한다는 양심의 가책을 벗어날 수 있어서 좋긴 했으나
요즘 내가 무엇에 빠져 사느라 이런 착각을 하는지, 찜찜했다.
그분 말이,
요즘 디지털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그런 착각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