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9일(목)
한겨울 테니스
나는 원당으로 이사 온 후
평균 일주일에 두 번 테니스 운동을 한다.
월 화 중의 하루, 목 금 중의 하루다.
젊었을 때는 일주일에 네 번 구장에 나간 적도 있다.
이제는 체력도 안 따라주지만
남아있는 세월을 아끼고 싶은 생각으로 두 번으로 줄였다.
오늘 나갔다.
저녁 6시30분부터 8시까지 연달아 세 게임을 쳤다.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워밍업을 위해서
운동장을 다섯 바퀴 뛰면서 돌았다.
오늘따라 회원들이 몇 명 나오지 않았다.
겨우 어울려서 게임을 할 정도의 숫자였다.
이런 날은 없었다.
날씨가 너무 추운 탓이다.
이렇게 추운 날 야외 테니스장에 나가는 걸
어떤 분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아무리 테니스가 좋아도 좀 참았다가
날씨가 좀 풀리면 나가지, 하고 말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된다.
그런데 추운 날의 운동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사람 몸이라는 게 움직이면 열이 나게 되어 있다.
아무리 추워도 어느 정도 차려입고 뛰다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집으로 와서 씻고 맥주 한 잔 마시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은 최고조다.
수년 동안 감기나 몸살 한 번 앓지 않고 지내는 것도
이렇게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덕분이라고
집사람에게 늘 큰 소리를 친다.
테니스는 결혼 이전부터 하던 운동이라
집사람에게는 남편과 테니스가 동의어와 같다.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그 사람은 내 눈이 보통 때는 힘이 없다가도
테니스를 치러 나갈 때만 되면 반짝인다고 놀린다.
앞으로 몇 살 까지 테니스 구장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대다가
구장에서 숨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게 주님의 뜻이라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대다가
구장에서 숨을 거두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게 주님의 뜻이라면...
아이고, 목사님 이 대목은 목사님의 영성이 반짝이는 대목이긴 하지만 좀 슬퍼요.
저는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춥다는 핑계로 자신을 합리화하면서요.
집에서 뒹굴었더니 영혼의 휴식이 아니라 좀 많이 우울해집니다.
아무 이유없이도 우울하고, 허무하고, 슬프고, 외롭고...기타 등등
이게 인간의 실존(너무 거창한가요?)이라는 걸 나이들면서 실감합니다.
이럴 때 주님을 향하는 센스! ㅎㅎ
점심 먹고 산에 가서 겨울바람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한 바퀴 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