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국사 교과서 파문

조회 수 2943 추천 수 0 2014.01.08 23:12:31

1월8일(수)

 

교학사 국사 교과서 파문

 

연초부터 한국사회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문제로 시끄럽다.

대충 알려진 바로는

교학사에서 이번에 새로 만든 역사교과서가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거부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20 개교 가까운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다가

여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대부분 취소했다.

전국적으로 2,318개 고등학교 중에서

이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는 하나, 혹은 두 개에 불과하다.

이들 학교마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하니,

어쩌면 0% 채택률이 달성될지도 모를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불가사의다.

교육부가 솔선해서 교학사 교과서 작업을 부추겼으며

여당의 실권 인사가 공개적으로 지원 활동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일단 국가 검정을 통과했다.

검인된 국사 교과서 전체가 8종인가 하니

교학사 교과서가 10%만 차지해도

물경 2백여 개 학교가 되어야 마땅한데,

현재 거의 제로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과정이 몇 단계가 된다.

우선은 역사 선생님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교과서를

3배수로 올리면 그걸 학교운영위 회의를 거치고

최종으로는 교장 선생님이 결정한다고 한다.

현직 선생님들의 손에서 아예 외면 받고 말았으니

교학사 책을 선정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는 말이 된다.

현직 역사 선생님들의 의식이 살아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교학사 교과서가 최소한의 수준도 되지 못한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하다.

 

교학사 책에 대한 논란이 지난 몇 달 동안 많았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심적으로 두 가지다.

친일과 독재미화다.

친일 문제에서 이들의 시각이 일본 우익과 일치한다.

그들은 일제통치가 한국의 근대화를 앞당겼으며,

조선 종군 위안부도 강제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본다.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평가도

획일적인 균형을 맞춘다는 미명 아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단순히 나열하거나

독재 행위를 순화시켰다.

이런 식이라면 히틀러도 장단점이 있는 사람이니

너무 비판만 하지 말자는 주장이 가능하다.

사실 당시 독일 기독교의 주류가 히틀러를 지지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도 나름으로 역사에 공헌했다.

아들에게 담임 목사 자리를 세습하는 대형교회 목사들도

교회를 위한 진정성이 돋보이니 비판하면 안 된다.

 

교학사 교과서를 비호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른 교과서를 좌편향 된 것으로 매도하면서

학생들의 가치관을 건강하게 심어주기 위해서

보수적인 견해를 담은 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다.

보수주의는 일반적으로 민족주의적인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친일 문제를 엄정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주의자들은 오히려 친일적이거나

친일에 대해서 관대하다.

위에서 언급한 일제의 한국 근대화론이 대표적이다.

정체성의 혼란이 엿보인다.

 

이번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문이

영화 <변호인> 흥행 현상과 맞물려 보인다.

아무리 역사를 뒤로 돌리려 해도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는 증거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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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굶주린 늑대 

2014.01.09 10:15:36

오마이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뷰를 모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쓴 [성공과 좌절]에
'국민의 눈높이. 역사의 눈높이' 라는 표현을 보았습니다.

이번 교학사 교과서 파문은 이 시대 역사의 눈높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 눈높이는요, 이승만 독재 시절엔 거기 다 찍어주고, 박정희 쿠테타 있고 나니까 거기 다 찍어주고. 또 삼선개헌, 국민투표 해주고, 유신 또 지지해주고......다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국민의 눈높이였지만, 국민의 눈높이 그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진짜 국민의 눈높이가 있습니다. 그렇지요? 개인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실체로서의 국민의 눈높이는 4.19에 있었고, 1979년 부마항쟁,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항쟁에 있었잖습니까. 이것은 역사의 눈높이였거든요." –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P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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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4.01.09 23:33:28

노무현 전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오죽 좋겠어요.
봉하에서 오리농법으로 논농사도 짓고
가끔 강연도 다니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막걸리도 나눠마시고...
야비한 세월이 그를 저승으로 보내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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