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공부(23)

Views 1803 Votes 0 2014.05.05 23:00:03

 

이제 목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즉 목사의 업무가 무엇인지를 천천히 설명해야겠다. 앞에서 언급한 목사의 소명을 존재라고 한다면 목사의 업무는 행위다. 행위는 존재에 근거하며, 존재는 행위로 인식된다. 좋은 나무가 되는 것은 존재이고,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은 행위다. 나무가 좋아야 좋은 열매를 맺고, 열매가 좋아야만 좋은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존재와 행위는 불가분리 관계다.

 

이 문제는 칭의와 성화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칭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고 인정받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의는 실제적인 게 아니라 법적인 것이다. 실제로는 의롭지 않으나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말이다. 이런 칭의야말로 존재론적인 의다. 그것은 사람들이 가치론적으로 평가하는 의가 아니라 하나님이 행하시는 의이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론적인 의를 얻은 사람은 당연히 그 의에 걸맞게 살아가게 된다. 그걸 성화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칭의와 성화를 두 관점에서 이원론적으로 분리한다. 하나는 시간적으로 칭의가 일어난 다음에 성화가 시작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방법론적으로 칭의는 믿음으로 일어나지만 성화는 자신의 노력으로 일어난다고 말이다. 설명하기 좋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구분할 수는 있으나 칭의와 성화가 나뉘는 것은 아니다. 칭의와 성화는 동시적인 사건이며, 또한 둘 다 믿음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목사의 소명과 업무는 편의상 구분할 수는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동일한 사태다. 소명의식이 깊어지는 것만큼 목사의 일을 할 수 있다. 소명의식 자체가 목사의 업무라고도 할 수 있다. 소명의식에 휩싸이는 사람은 그가 무엇을 하든지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일이다. 거꾸로 소명의식이 없는 사람은 그가 무엇을 하든지 그것은 사람의 일이다. 이건 단순히 설교 조로 하는 말이 아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전 13:3). 목사가 자학에 가까울 정도로 교회 업무에 모든 삶을 바쳐도 소명의식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한 목회에 대한 모든 열정들이 소명의식과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목사로 산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내세우나 실제로는 하나님과 아무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목사의 행위가 존재와 일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기는 사실 아주 어렵다. 기본적으로 모든 목사들이 자신의 목회 행위가 하나님의 일이라고 믿는다. 교회를 크게 키운 목사는 하나님의 일을 크게 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하나님과의 존재론적 관계에 천착해서 목회를 하는 목사와 교회를 키우거나 자기의 이름을 내는 것에만 마음이 가 있는 목사를 구분하기는 아주 두드러진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본인들 스스로도 잘 모른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계신 성령만이 이 사태를 정확하게 뚫어볼 것이다. 이 사실을 전제하고 신학적으로 바른 목회 행위의 길을 찾아가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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