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구원(158)

조회 수 990 추천 수 0 2018.08.09 22:12:18

(158)

자신의 삶과 세상을 조금이라도 직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삶과 세상이 무상하다는 사실을 다 안다. 안다고 해서 모두가 그걸 실감하는 건 아니다. 더구나 그걸 자신의 실존에서 받아들이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들이 아는 것은 막연한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사 종교 현상을 보이기까지 하는 현대 문명의 역할이 크다. 현대 문명, 특히 생산과 소비를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기게 하는 문명의 역할이 지대하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사람들은 유사 종교 체험을 한다. 그 건물 안에서 구경하고 구매하는 동안만은 자신의 행위와 업적이 무상하다는 사실을 망각할 수 있다. 그런 망각이 반복되어 고착되면 결국 우상숭배에 떨어진다. 우상숭배는 우상을 통해서 자신의 무상성을 외면하려는 종교행위다. 기업은 사람들의 숭배 심리를 이용하는 판매 전략을 펼친다. 이런 현대 문명의 결과는 자기 정체성 상실이나 정신 분열 아니겠는가.

늙은 사람은 삶에 관계된 모든 것들이 무상하다는 사실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늙음은 우리에게 안식의 기회이기도 하다. 늙음의 안식, 또는 늙음의 미학을 안다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자신에 관한 것들을 내려놓게 된다. 간혹 늙을수록 자신의 것에 훨씬 더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기 연민에 쉽게 떨어진다. 더 나쁜 경우는 다른 이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거칠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이들도 있고, 세련되어 보이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는 이들이 있다. 죽음으로 확인되는 삶의 무상성을 감당하지 못하는 데서 벌어지는 정신 분열적 현상이다.

죽음과 관계해서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죽음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낀다는 사실이다. 가족들이 실제로 죽음을 주제로 대화하는 경우는 드물다. 90세 어머니와 60세 딸이 죽음에 관해서 진솔하게 대화하는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답지 않겠는가. 물론 늙었다고 해서 늘 죽음만 생각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삶을 더 누려야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죽음을 실존적으로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과 그것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90살 가까이 될 때(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내 아내와 딸들은 죽음에 대한 나의 진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는지.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이미 내가 젊은 시절부터 가족들에게 하긴 했다. 그게 얼마나 진지하게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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