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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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성탄절입니다.
한사람이 (MONO) 다 (POLY) 가져가는 게임, ‘모노폴리 (MONOPOLY)’.
제가 ‘모노폴리’ 라고 발음하니 아이들이 낄낄대다가 바로 발음교정으로 들어갑니다.
“아빠! ‘모노폴리’가 아니고,
‘마나아~ 파알리’ 라고 해야지.
발음이 그게 뭐야!”
게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딴 사람이 그 게임의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 파산을 해야만 자기가 이기는 그야말로 ‘승자독식’ 방식의 게임!
한마디로 ‘자본주의’ 정신이 고스란히 베여 있는 게임입니다. 사실 이게 미국의 윷놀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게임의 배경이 바로 미국 NEW JERSEY 주의 ‘ATLANTIC CITY’ 이다 보니, 그 도시의 거리 이름 하나하나가 바로 모노폴리 게임의 부동산 이름이 됩니다. 트럼프대통령의 '트럼프플라자' 로도 유명한 도시이기도 하지요.
그 중 가장 비싼 부동산의 이름,
‘BOARD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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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정말 ‘마이애미 비치’나 ‘버지니아 비치’ 보다 훨씬 더 편하고 넉넉하게 해안을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해 놓았더라구요. 이름 그대로 나무 보드(board)를 재료로 해서 걸어가는(walk) 길을 정말 자~알 만들어 놓았지요. 이렇게 좋은 해안 길은 저도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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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에게 사전에 이야기하지 않은 숨겨져 있던 장소가 바로 그 ‘BOARDWALK’ 거리 안에 있었지요. 먼저 여행가기 전에,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모노폴리 게임을 했습니다. 당연히 제가 순진한 아이들 셋 모두를 파산 직전으로 몰고 가서 승리를 눈 앞에 뒀었죠.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파산으로 밀어 붙이려고 하니 아무리 이게 게임이라도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파산을 눈 앞에 둔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너무 불쌍했었지요. 그래서 일단 거기에서 게임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그 아픈 게임의 기억을, 숨겨져 있던 장소, 바로 거기에서 회상 시켰습니다.
“KOREAN WAR MEM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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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자본주의를, 북한은 소련과 더불어 공산주의를 위해 서로 싸웠지. 그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너희는 자본주의 (CAPITALISM) 가 좋으니?”
아빠의 이상한 돌발적인 질문에 아이들은 멍하니 절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미국이 자랑스러워 하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INDEPENDENCE HALL (독립 기념관)’으로 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안내인이 현장감 있게 그 당시의 이야기를 풀어 나갈 때 아이들의 눈가엔 긴장감이 감돕니다. 건물은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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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식민지가 아닌 당당한 독립국으로서, 그 독립을 선언한 그 현장에서 전 또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미국은 이때부터 어떤 나라로 살기를 원했던 거지?”
바로 어제의 기억 때문에 아이들은 바로 대답을 했지요.
“CAPITALISM”
전 즉시 어제 질문을 다시 했어요.
“그럼 CAPITALISM 이 좋으니?”
셋 중 한아이가 재빨리 대답을 했어요.
“SOME GOOD, SOME BAD”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어요)
가족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저만의 미소가 제 마음에 번졌습니다.
이 답을 얻으려고 이 여행을 계획한 것이었거든요.
한국은 모국이고
미국은 본국인
우리 아이들
냉전을 겪은 부모와
그걸 전혀 모르는
우리 아이들
지루한 무한 경쟁의 시대에
숙명처럼 내 던져진
우리 아이들
분배의 문제에 직면한
위태로운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정말 현명하게
“SOME GOOD, SOME BAD”
구별하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좋은 아빠를 만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