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친구

조회 수 1449 추천 수 0 2017.05.24 21:20:59

524,

운명, 친구

 

어제 노무현 8주기 추도식에서 도종환 시인이 <운명>이라는 추모시를 낭독했다. 물론 자작시다. ‘보고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는 대목에 나의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글자로 쓴 시가 아니라 온몸으로, 온 영혼으로 쓴 시다.

 

<운명>

                                                도종환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꿔온 그 순간을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 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당신 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어디에도 담아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 대신 열망으로 혐오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이아 꽃이 하얗게 지는 5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 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런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드리며

지금 우리

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 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탈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 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낭독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uTnwaQM3Kc

 

추모 노래도 이어졌다. 김민기의 곡 <친구> 한동준 님이 기타 한 대 들고 불렀다.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친구. 운명으로 엮인 친구다. 먼 훗날 누군가 이 둘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겠는가. 부디 문재인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란다. 아래는 가사다.

 

<친구>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눈 앞에 보이는 수 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바퀴가 대답하려나

 

<노래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26_DZyV-H6k

 

한동준 님의 노래도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원작곡자의 노래가 더 좋다. 내가 젊었을 때 자주 흥얼거리면서 따라 불렀던 노래다. 김민기 목소리로 다시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siMfVqkT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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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17.05.26 09:42:46

삶의 정수는 역시 詩라고 생각합니다.

도종환 시인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시인 장관이라 ...멋지네요.

[레벨:21]주안

2017.05.26 19:56:40

광화문에서 눈물 흘리며 낭송하는

도종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카시아꽃 향내와 꿀을 좋아하는데

향기를 온몸으로 내어주고 떨어지는 그 꽃을 상처로 받아들이네요.

노무현입니다 영화를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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