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성령을 거스르는 사람들

예수께서 집에 돌아오시자 군중이 다시 모여들어서 예수의 일행은 음식을 먹을 겨를도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예수의 친척들은 예수를 붙들러 나섰다.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들도 예수가 베엘제불에게 사로잡혔다느니 또는 마귀 두목의 힘을 빌어 마귀를 쫓아낸다느니 하고 떠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을 불러다 놓고 비유로 말씀하셨다. "사탄이 어떻게 사탄을 쫓아낼 수 있겠느냐? 한 나라가 갈라져 서로 싸우면 그 나라는 제대로 설 수 없다. 또 한 가정이 갈라져 서로 싸우면 그 가정도 버티어 나갈 수 없다. 만일 사탄의 나라가 내분으로 갈라진다면 그 나라는 지탱하지 못하고 망하게 될 것이다. 또 누가 힘센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그 세간을 털어 가려면 그는 먼저 그 힘센 사람을 묶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 그 집을 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든 입으로 어떤 욕설을 하든 그것은 다 용서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며, 그 죄는 영원히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신 것은 사람들이 예수를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비방했기 때문이다.
(막3:20-30)

사랑하는 신학생 여러분,
마가복음 기자는 오늘 본문에서 두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왜냐하면 두 이야기의 요지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이 미쳤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더러운 영에 사로잡혔다고 비난했습니다. 오늘 이 아침 기도회 시간에 우리는 이 말씀을 세 가지 관점에서 잠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예수님의 친척들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완전히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단은 어떤 한 사람의 행동이 그 사회의 관습적인 행태에서 벗어날 때 아주 쉽게 내려집니다. 물론 돌팔이 의사가 귀신들린 자를 고친다거나 혹은 어떤 사람이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는다면 그런 행동을 완전히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것들과 의미 있는 것들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약간 미친 것처럼 보인다는 건 당연합니다. 기독교가 오늘날 완전히 정상적이고 평범하게 보인다면, 이것은 곧 소금의 짠맛을 잃어버렸다는 걸 가리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오히려 기독교인들을 무언가에 미친 것처럼 여긴다면, 예를 들어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대개의 경우에 기독교인들에게는 훨씬 바람직합니다. 이 말은 곧 기독교인들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전제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마가는 서기관이 품은 의심과 비난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을 보도합니다. 마가는 두 가지 다른 반응의 전승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첫 반응은 자신을 향한 비난이 비논리적이라는 듯이 예수님이 완전히 침묵으로 일관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치유 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치유 행위에는 다층적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사람들을 경악시켰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가 하나님에게서 왔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둘째 반응은 예수님이 오히려 적대자들의 논리를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귀신을 내어쫓는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자신의 활동에서 사탄과 싸운다는 사실도 인정합니다. 이런 마당에 예수님 자신이 사탄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서기관들의 비난이 논리적일 수 있습니까? 이러한 비논리적이고 비실제적인 비난들은 교회를 향해서도 자주 제기됩니다.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저 합심 기도를 올린다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오늘 본문이 예수님의 반응을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적대자들의 비난을 냉정하게 지적하는 것만이 실효가 있습니다.
셋째, 마가의 전승에 따른 예수님의 또 다른 하나의 대답은 가장 날카롭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시기를 자신을 더러운 영에 사로잡혔다고 비난하는 자는 예수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영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성령을 거스르는 죄라고 말입니다. 바로 예수님에 대한 비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활동에서 자신을 알리신 영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할 수 있어야한다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독교 선포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하나님이 예수님 안에서 활동하신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예수님의 운명과 사역에서 하나님의 영이 실제로 활동하셨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논리 정연하게 제시할 수 있기를 원하십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각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하나님을 분명하게 바라보게 되고, 또한 어느 누구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때 성령을 거스르는 죄를 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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